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제조업체 최초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오픈마켓 플랫폼 에스디버스(SDVerse)에 합류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엠(GM)과 마그나(Magna), 위프로(Wipro)가 주도하는 글로벌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술력을 입증하는 한편 제조 중심의 사업 구조를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에스디버스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한데 모여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는 최초의 B2B(기업 간 거래) 개방형 플랫폼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지엠과 세계 3대 부품사 캐나다 마그나, 인도 IT 서비스 기업 위프로가 설립을 주도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 플랫폼을 선택했다.
이번 합류를 통해 공개된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총 5종이다. 배터리 플랫폼 소프트웨어(Battery Platform SW)는 배터리의 퇴화와 수명 등 주요 지표를 종합 분석하는 서비스로 기존 BMS 기술을 SDV 환경에 맞게 고도화했다. 안전 진단 보정 도구(Safety Diagnostic Calibration Tool)는 배터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 상태 진단과 시뮬레이션 검증을 수행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운영할 수 있어 데이터 유출 위험을 줄이고 보안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고급 진단 알고리즘인 온보드 프리즘(Onboard FRISM)과 온보드 블리스(Onboard BLiS)도 포함됐다. 프리즘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셀 실험 데이터 없이도 배터리 퇴화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모델이다. 블리스는 물리 모델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조건에서의 수명 변화와 급속 충전 성능을 예측한다. 온보드 대시(Onboard DASH)는 사용자의 운전 및 충전 습관이 배터리 열화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 분석해 장기적인 사용 가이드를 제공하는 수명 관리 특화 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년 이상의 개발 노하우와 1만 건 이상의 BMS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 브랜드 비.어라운드(B.around)를 통해 클라우드와 AI 기반의 안전 진단 및 수명 예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배터리 수명 향상 기술로 업계 최초 소프트웨어 분야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향후 배터리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에서의 반응은 신중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일 오전 10시 46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일 대비 2500원(-0.62%) 하락한 40만 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는 전일 종가(40만 4500원)보다 높은 41만 원에 개장하며 장 초반 41만 45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내 상승분을 반납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장중 저가는 40만 1500원을 기록하며 40만 원 선 지지 여부를 시험하는 양상이다.
시장 전문가는 이번 플랫폼 합류가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는 중장기적인 매출 다각화와 수익 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배터리 판매 방식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지만 소프트웨어 라이선싱과 구독 모델은 높은 마진율과 사업 안정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SDV 시대에 대응하는 배터리 제조사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향후 기업 가치 재평가(Re-rating)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에스디버스 최고경영자 프라샨트 굴라티는 LG에너지솔루션의 첨단 소프트웨어와 진단 기술이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CTO 김제영 전무 역시 에스디버스 합류를 기점으로 구축해 온 선도적 소프트웨어 역량을 글로벌 고객사에 적극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배터리 업계의 무게중심은 이제 하드웨어의 용량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지능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