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8.9원 내린 1510.8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 초반 하락 압력을 받으며 1500원대 초반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오전 개장 직후 하락세를 나타내며 9시 2분 하나은행 고시 기준 매매 기준율 1507.60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치솟았던 상승세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장중 1520원을 돌파했던 고점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매도 물량)이 대거 유입된 것이 환율 하향 안정을 이끈 주된 동력으로 작용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방식 논의는 국제 유가의 급격한 추가 상승을 억제하는 변수로 작용하며 국내 수입 물가 상승 압박을 덜어주는 요인이 된다.
1500원선 이하로의 강력한 하락 돌파는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1500원대 고환율 현상을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닌 만성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진단한다.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달러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환경이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학개미들의 공격적인 달러 매수세는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의 환율도 동반 하향 조정을 겪고 있다. 하나은행 기준 유럽연합(EUR) 환율은 1740.30원을 기록 중이며, 일본 엔화(JPY)는 100엔당 945.29원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안화(CNY) 역시 218.80원으로 소폭 내림세를 보이며 원화와 동조화(커플링, 국가 간 경제 지표가 비슷하게 움직이는 현상)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의 경우 일본 통화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원화 대비 상대적 약세 폭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양상이다.
향후 환율 향방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논의의 구체적 진전 여부에 따라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환율은 언제든 1520원선 재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에너지 수급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고 글로벌 위험 자산 선호가 본격화된다면 1400원대 후반으로의 연착륙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늘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초반에서 공방을 벌이며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 후반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동향에 따라 추가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의 고환율 기조가 수출 경쟁력 강화에는 일부 기여할 수 있으나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소비자 물가 압력 가중은 정책 당국과 민간 경제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어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높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대외 정치적 이벤트와 경제 지표 사이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박스권 상단 돌파와 하단 지지 사이의 치열한 눈치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