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국 방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지대공 미사일 요격 시스템 '천궁-II'가 지난달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공격에서 표적으로 삼은 미사일·드론 30기 중 29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개시 첫 달 전체 요격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두바이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정치인과 군사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천궁-II의 첫 실전 데뷔는 한국 방산업체들이 세계 무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최신 신호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무기 이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유럽 나토 회원국에 대한 두 번째로 큰 무기 공급국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까지 세계 4위 방위산업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LIG넥스원의 수익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 수출 매출은 826억 원(약 55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9218억 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은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주요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II 부품을 생산하고 다연장 로켓 시스템 '천무'를 제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스페인의 자주포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고 루마니아에 장갑차 생산 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 4년간 에스토니아·노르웨이·폴란드와 맺은 계약 규모만 총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넘는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개시 첫 달 동안 LIG넥스원 주가는 약 45% 급등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약 12% 올랐다. 반면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은 전쟁 초기 급등했다가 결국 같은 기간 각각 약 6.5% 하락하며 한 달을 마감했다.
한국 무기 시스템의 매력은 명확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가격이 미국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고 납기도 훨씬 빠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에코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천궁-II 요격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약 100만 달러로, 패트리엇 PAC-3의 400만 달러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또한 한국 방산업체들은 외국에 무기 공장을 직접 세우고 제조 기술을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인 반면, 미국 업체들은 지식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한다는 차이도 있다.
반면 미국 방산업체들은 여전히 자사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이라며 경쟁 위협을 일축했다. 록히드마틴은 "관심이 높으며 전 세계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밝혔고, 레이시온도 "패트리엇은 수십 년간 수백 발의 미사일을 요격했으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속도를 높이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천궁-II는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복제품은 아니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천궁-II는 레이시온의 패트리엇이나 록히드마틴의 사드(THAAD)보다 낮은 고도의 위협에 대응하며, 패트리엇과 사드는 더 빠른 미사일을 더 먼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다. UAE에는 현재 세 시스템이 동시에 배치돼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저력은 1970년대 정부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과 미군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재벌 대기업들을 동원해 방위산업을 처음부터 육성했다. 현대는 자동차뿐 아니라 장갑차도 생산하고, 삼성은 스마트폰·TV로 유명하지만 한화가 인수하기 전까지 한국군을 위한 레이더 시스템을 만들었다.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 재벌은 민수·군수 생산을 넘나들며 계열사 전반의 지식과 생산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방산 자문사 K-디펜스 모니터의 현민기 창업자는 "그 규모가 이미 갖춰져 있다. 꽤 오랫동안 구축되고 유지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방산업체들은 냉전 종식 이후 주문 물량이 들쭉날쭉해 신규 공장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데다 제조업 기반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핵심 부품 조달에 쓰이는 희토류 금속 등에서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에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게 됐다. 록히드마틴 아칸소주 캠든 공장에서 PAC-3 요격 미사일 한 발을 조립하는 데 6주가 걸리지만, 필요한 모든 부품을 확보하는 데는 역사적으로 약 3년이 걸렸다고 회사 대변인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록히드마틴은 1월 PAC-3 연간 생산량을 약 600기에서 2030년까지 2000기로 늘리기로 합의했고 레이시온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생산 가속화를 약속했다.
납기 지연 문제는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는 주문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5대의 납품이 수년간 지연될 것이라는 통보를 지난해 미 국방부로부터 받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에 스위스 군비 담당 책임자 우르스 로어는 올해 2월 서울을 처음 방문해 한국 방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중동 전문 매체 하우스오브사우드의 기고 편집인 압둘 모하메드는 이란 전쟁이 미국 업체들이 수십 년간 서방 세계 방공 시장에서 유지해온 사실상의 독점을 깨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970~80년대 미국 제조업체들은 일본 제품을 값싼 모조품으로 무시했지만, 결국 일본 제품이 미국 제품을 일관되게 능가하기 시작했다"며 "한국 방위산업이 비슷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