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100일 된 막내딸을 포함해 세 자녀를 둔 30대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전해지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인제대 일산백병원에서 김겸 씨(38)가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 안구를 기증해 7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 여기에 더해 피부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 조직도 기증해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기능 회복의 기회를 남겼다. 한 사람의 선택이 수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김 씨는 지난달 13일 교회 예배 도중 베이스를 연주하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갑작스러운 사고 앞에서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졌지만, 고인이 생전에 남긴 선택을 떠올렸다. 김 씨는 이미 2007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해둔 상태였고, 가족들은 그의 뜻을 존중해 기증을 결정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태어난 김 씨는 2남 중 장남으로 자라며 책임감이 강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챙기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밝고 유쾌한 성격 덕분에 지인들과 동료들 사이에서도 늘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 속에서 성장한 그는 목회를 꿈꾸며 신학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물류업체에 취업한 뒤에도 교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신앙생활을 지속했다.
그의 삶에서 가장 큰 중심은 가족이었다. 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둔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퇴근 후에는 9살, 7살 자녀와 놀아주고, 갓 태어난 막내딸을 돌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범하지만 따뜻한 일상이 이어졌다. 주변에서는 그를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아빠’로 기억하고 있다.
아내 손주희 씨는 마지막 인사를 통해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게 지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아이들에게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겨진 가족을 위해 더 사랑하고 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전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번 장기기증은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생명을 나누는 숭고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둔 가장이 자신의 뜻을 미리 밝혀두고, 가족들이 이를 존중해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생을 마감하는 순간 또 다른 생명을 이어주는 과정으로,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가 점차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국내 장기기증 대기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실제 기증 건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수만 명에 이르지만, 뇌사 기증자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상당수가 이식을 받지 못한 채 장기간 대기하거나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뇌사 장기기증 한 건으로 최대 9명까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체조직 기증까지 포함할 경우 수혜자는 더욱 늘어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인식 개선과 제도적 지원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장기기증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사례가 기증 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생명을 잃는 현실 속에서, 한 명의 기증자가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김 씨의 선택은 남겨진 가족에게는 큰 슬픔이지만,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선물한 결정으로 남았다. 그가 남긴 따뜻한 마음과 나눔의 의미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이들의 삶 속에서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