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공식 징수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는 달러가 아닌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만 받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을 사실상 유료화하겠다는 것이어서 국제 해운·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 회사를 통해 통행료 징수 절차가 구체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규정을 적용하는 신규 관리 계획안을 승인한 바 있다.
징수 절차는 다음과 같다. 해협을 항해하려는 선박 운영사들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중개 회사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 이때 선박의 소유 구조, 선적 국가, 화물 명세서, 목적지, 승무원 명단,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 등을 제출해야 한다. 중개 회사는 이 자료를 혁명수비대 해군 호르모즈간주 사령부로 전달하고, 사령부는 해당 선박이 이스라엘·미국 등 이란이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국가들과 연관성이 없는지를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비로소 통행료 협상이 시작된다.
이란은 각국을 1~5등급으로 분류해 우호적 국가일수록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유조선의 경우 협상 시작가는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이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적재 용량이 통상 200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선박 1척당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징수하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CNN은 호르무즈 해협을 하루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이 정상적으로는 약 2000만 배럴 규모임을 감안할 때, 이 통행료 체계가 완전히 가동될 경우 하루 약 2000만 달러, 한 달 기준으로는 약 6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까지 포함하면 월 8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는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정상적으로 거둬들이는 월 수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심사를 통과하고 통행료를 납부한 선박에는 혁명수비대가 허가 코드와 항로 지침을 발급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한 선박은 초단파 무선으로 통과 코드를 송신하고, 이후 혁명수비대 순찰정이 접근해 업계에서 ‘이란 톨게이트’로 불리는 여러 섬 사이 해안 인근 항로를 통과하게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이미 일부 선박으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우호적인 국가 선박에는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반면 적대적인 국가 선박에는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 의회는 이 같은 비공식 징수 체계를 법제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의회 민사위원회가 준비 중인 법안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과 지배권"을 갖는다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통행료 징수 근거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회 투표를 거쳐 헌법수호위원회 심의와 대통령 서명을 마쳐야 발효된다.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G7 외교장관 회의 직후 "이는 불법일 뿐 아니라 용납할 수 없으며 세계에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G7 외교장관들도 "안전하고 무료인 항행의 자유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공동으로 강조했다.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 자셈 모하메드 알부다이위도 이란의 통행료 징수는 "유엔 해양법협약에 대한 침략이자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국제해양법 전문가들도 이란의 통행료 부과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미 해군전쟁대학의 국제해양법 교수 제임스 크라스카는 "통행료 부과는 통과항행 규정 위반"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으로 모든 국가에 통과항행권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유엔 해양법협약(UNCLOS) 44조는 해협 인접국이 통과항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란은 1982년 협약에 서명했으나 비준하지 않아 이 조항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LNG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교통량은 90% 가까이 급감했으며,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아시아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심각한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현재 호르무즈 우회 파이프라인으로 대체 수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