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인 줄 알았더니 '수원'?…드라마·SNS 인생샷 명소, '무료' 중국 전통 정원

2026-04-02 14:13

월화원, 수원 도심에서 만나는 중국 전통 정원

빽빽한 빌딩 숲이 늘어선 한국 도심 한복판에서 중국 전통 정원을 마주할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상의 틈새에서 예고 없이 펼쳐지는 이 이국적인 풍경은 방문객에게 마치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월화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박아름)
월화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박아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공원 서편으로 발을 들이면, 방금까지의 현대적인 도시 경관은 사라지고 마치 중국 광둥 지역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붉은빛이 감도는 건축물과 유려한 곡선의 지붕, 정원을 가로지르는 물길은 이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담장 너머로 전해지는 이색적인 분위기는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다른 세계를 거니는 듯한 여유를 선사한다.

월화원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월화원 / 한국관광공사-공공누리

이곳 월화원은 중국 광둥성이 효원공원 내에 조성한 중국 전통 정원이다. 그 시작은 2003년 10월 경기도와 광둥성이 체결한 우호 교류 발전에 관한 실행 협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지방정부는 상대 도시 안에 전통 정원을 서로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광둥성은 2005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06년 4월 월화원의 문을 열었다. 경기도 역시 보답의 의미로 중국 광둥성 광저우 웨슈공원 안에 한국의 전통미를 담은 해동경기원을 조성했다. 해동경기원은 전라남도 담양의 소쇄원을 본떠 만든 정원으로, 2005년 12월 완공돼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월화원은 6026㎡ 규모로 조성됐으며, 광둥성이 건축비 34억 원을 전액 부담했다. 이 정원을 짓기 위해 중국 현지 인력 80명이 직접 입국해 손수 벽돌을 쌓고 목재를 다듬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원의 전반적인 설계는 광둥 지역 전통 정원인 영남 정원의 양식을 충실히 따랐다. 영남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조화에 있다. 건축물의 창문을 통해 바깥 정원 풍경을 액자 속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나, 후원에 흙을 쌓아 만든 인공 산인 가산을 조성한 점 등이 이를 보여준다.

월화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월화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정원 내부로 들어서면 하얀 가루로 마감한 벽면과 푸른 벽돌, 짙은 갈색 나무가 대조를 이루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지붕 접합부에는 나무와 벽돌, 석회 조각 등을 활용해 섬세한 문양을 새겨 넣었고, 곳곳의 벽면에는 한시와 좋은 글귀가 새겨져 있어 고전적인 풍류를 더한다. 특히 호수 주변에 배치된 배 모양의 정자 ‘월방’은 중국 남방 지역의 수변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월방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면, 인공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고즈넉한 정취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월화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월화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정원 곳곳은 그 자체로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건축물의 개방적인 구조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조화가 뛰어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미 촬영 명소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주요 촬영지로 알려지며 작품 속 애틋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질 만큼 정원 내부의 미적 완성도가 높다. 야간에는 은은한 조명이 건축물의 실루엣을 비춰 낮과는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월화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되며, 입장료가 무료여서 시민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들러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효원공원 주변에는 월화원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정원을 둘러본 뒤에는 인근 나혜석거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수원 출신 예술가 나혜석을 기리는 거리로, 다양한 맛집과 카페가 밀집해 있어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높다. 또 차로 10분 안팎 거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있어 한국과 중국의 전통 건축미를 하루에 함께 경험하는 여정을 계획할 수 있다. 화성행궁 근처의 행궁동 벽화마을과 개성 있는 카페들은 정적인 정원 산책 뒤에 활기를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월화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월화원 / ⓒ한국관광콘텐츠랩

수원을 대표하는 먹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원은 예로부터 우시장이 발달해 갈비 요리로 유명하다. 숯불에 구워낸 수원갈비는 특유의 달큰하고 고소한 양념 맛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갈비 양념을 접목한 통닭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팔달문 인근 통닭거리를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봄철인 4월에는 수원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미나리와 돗나물 같은 제철 나물이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운다. 특히 수원의 특산물인 가지는 수분이 많고 식감이 부드러워 이를 활용한 다양한 향토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있다.

월화원은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교류한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광둥의 붉은 기운과 수원의 푸른 공기가 만나는 이 공간은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으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 녹음이 짙은 여름,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 하얀 눈이 내려앉은 겨울까지 어느 때 찾아도 각기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월화원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