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지…울산서 이례적으로 한 번에 '무려 4마리' 포착된 '멸종위기 동물'

2026-04-02 12:10

밤의 제왕이 증명하는 생태계 건강성, 도시 근처서 희귀 번식 사례

회색빛 절개지 암벽 너머, '밤의 제왕'이라 불리는 수리부엉이 일가가 숭고한 생명의 신비를 일구어내며 도심 속 기적을 선사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수리부엉이가 척박한 바위 틈새에서 무려 네 마리의 새끼를 건강하게 길러내는 경이로운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윤기득 사진작가의 수리부엉이 사진 배경을 어둡게 해 AI로 재생성한 이미지.
윤기득 사진작가의 수리부엉이 사진 배경을 어둡게 해 AI로 재생성한 이미지.

울산시는 지난 1월 초부터 최근까지 울주군 주거지 인근의 바위틈에서 성조 한 쌍과 새끼 4마리로 구성된 수리부엉이 일가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관찰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윤기득 사진작가의 기록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55일간의 기록과 부화 성공

윤 작가는 지난 1월 4일 절벽 틈새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부모 부엉이를 처음 발견한 이후 약 3개월간 이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해왔다. 기록에 따르면 새끼 4마리는 포란 시작 약 55일 만인 지난 2월 28일 성공적으로 부화했다. 현재 새끼들은 어미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성장을 마치고 둥지를 떠나는 이소와 첫 비행을 앞둔 상태다.

울산시 울주군 암벽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가족. / 윤기득 작가 제공-연합뉴스
울산시 울주군 암벽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가족. / 윤기득 작가 제공-연합뉴스

4마리 전원 생존은 이례적 사례

학술적으로 수리부엉이는 한 번에 보통 2~3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처럼 4마리 모두가 건강하게 부화해 자라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조류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 주변에 꿩이나 들쥐 등 먹이 자원이 풍부하게 형성되어 있고, 절개지 암벽이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격리된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에 4형제 모두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부터 수리부엉이가 한 번에 3마리 이상의 새끼를 키워내면 그해에 대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는 부엉이가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들쥐를 잡아먹어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지역 주민들은 4마리의 새끼가 모두 건강하게 자란 이번 일을 길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울산시 울주군 암벽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가족. / 윤기득 작가 제공-연합뉴스
울산시 울주군 암벽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가족. / 윤기득 작가 제공-연합뉴스

탁월한 신체 조건과 기회적 포식성

울산에서 새끼 4마리를 길러낸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은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 올빼미류 가운데 가장 큰 축에 드는 맹금류다. 학명이 '부보 부보(Bubo bubo)'인 수리부엉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올빼밋과 조류 중 몸집이 가장 큰 최상위 포식자로 '밤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환경 당국은 이 종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생물자원관 자료를 보면 수리부엉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권에 놓인 포식자로 산림 깊숙한 곳만 고집하기보다 개활지와 물가가 가깝고 바위 절벽이나 암벽이 있는 지형을 주로 이용한다. 둥지를 정교하게 짓기보다는 바위 선반이나 평평한 바위, 틈새 같은 곳에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리부엉이 자료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수리부엉이 자료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외형도 뚜렷하다. 성체의 경우 몸길이는 최대 75㎝에 달하며 양 날개를 펼쳤을 때의 폭은 2m를 넘어서기도 한다. 올빼미과 조류 가운데 몸집이 매우 큰 편이다. 머리 위로 길게 솟아 보이는 귀깃이 특징이고 눈은 주황빛이 도는 노란색이다. 몸 전체는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 또는 진한 갈색 세로무늬가 섞여 있으며 다리와 발가락까지 깃털이 덮고 있다. 이런 보호색은 바위와 숲 가장자리 환경에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을 준다.

먹이는 매우 다양하다. 주로 쥐 같은 설치류를 비롯해 두더지, 토끼 같은 소형 포유류와 비둘기, 꿩 같은 새, 개구리와 뱀까지 사냥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수리부엉이를 기회적 포식자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서식지 주변에서 확보할 수 있는 먹이 자원을 폭넓게 이용한다는 뜻이다. 대체로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며, 번식기에는 암컷이 알을 품고 수컷이 먹이를 가져다주는 역할 분담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2~3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울산 사례처럼 새끼 4마리가 함께 확인된 경우는 더욱 눈길을 끈다.

밤의 제왕이 증명한 생태계 건강성

울산시 관계자는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가 도심 인근에서 성공적으로 번식한 것은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지표라며, 새끼들이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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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