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휴전 가능성이 대두되며 국제 유가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며 1900원선을 돌파해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1일 (현지 시각) 국제 석유 시장의 지표가 되는 원유 가격은 기준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소식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4.66달러 급락하며 배럴당 105.12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역시 2.81달러 하락한 101.1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6달러 내린 100.12달러를 기록하며 간신히 100달러선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반영되며 배럴당 4% 이상의 높은 등락률을 보인 셈이다.
반면 국내 주유소의 가격표는 국제 시장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2일 오전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3.44원 오른 리터당 1913.22원을 기록했다. 고급 휘발유의 경우 상승 폭이 더 커 리터당 2219.75원까지 치솟았다. 경유 가격 역시 2.70원 상승한 1904.36원을 나타내며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를 좁히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57.87원에 달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으며 일부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2498원에 육박하는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하락함에도 국내 유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석유 제품의 유통 구조와 시차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원유 가격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은 국제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시기에 도입된 물량이기에 최근의 하락분이 반영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과 정유사의 마진 확보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제 가격 하락의 온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압박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출퇴근길 자차 이용자들은 리터당 1900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며 주유를 망설이는 처지다. 물류 업계 역시 비상이다. 경유 가격이 1900원대를 유지하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개인의 주유비 부담에 그치지 않고 신선식품 배달료와 공산품 운송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장바구니 물가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기름값마저 진정되지 않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정책 재검토나 정유업계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4월 중순 이후부터는 국내 유가도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동의 정세가 워낙 유동적이고 휴전 협상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인 하락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물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