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이 절로 나오는 '거대한 꽃바다'…축구장 66배 면적의 '무료' 힐링 명소

2026-04-01 18:04

댐 아래 잠겼던 땅이 일군 수백만 송이의 기적, 거창 창포원

강물이 흐르고 시간이 쌓이며 땅의 모양은 변하기 마련이다. 굽이치는 황강을 곁에 둔 거창의 한 자락은 한때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고, 또 한때는 댐 건설로 물 아래 잠겼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그곳은 벼가 자라던 논 대신 수백만 송이의 꽃과 나무가 숨 쉬는 생태 공간으로 바뀌었다.

거창 창포원 / 거창군 문화관광포털
거창 창포원 / 거창군 문화관광포털

경남 거창군 남상면에 위치한 거창 창포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뚜렷한 형성 과정을 지닌 곳이다. 1988년 합천댐 조성 당시 수몰됐던 부지를 거창군이 생태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황강의 수변 경관을 보존하고, 영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줄여 하천 수질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 거대한 정원을 조성하는 바탕이 됐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와 지역적 매력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로컬 100’에 선정되는 등 거창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창 창포원은 전체 면적이 42만 4823㎡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66배에 이르는 규모로, 방문객들이 한눈에 다 담기 어려울 만큼 넓은 공간을 품고 있다. 이곳의 이름이자 상징인 창포는 예부터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난 식물로 꼽힌다.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던 조상들의 생활 문화가 깃든 이 식물은 정원의 생태적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에도 의미를 더한다. 특히 꽃창포는 이름처럼 고운 자태와 선명한 색감을 드러내며 정원의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이곳이 보여주는 계절의 변화는 시기마다 다른 색과 표정으로 이어진다.

거창 창포원 전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거창 창포원 전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봄이 찾아오면 100만 본 이상 식재된 꽃창포가 차례로 꽃을 피운다. 보랏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꽃창포 군락은 황강의 물줄기와 조화를 이루며 넓게 펼쳐진다. 여름에는 연꽃과 수련이 수면 위를 채우고, 곳곳에 피어난 수국이 계절의 분위기를 더한다. 가을로 접어들면 국화 향기가 정원 곳곳에 번지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을 풍경을 한층 짙게 만든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정원의 생명력은 이어진다.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열대식물원이 푸른 기운을 더하고, 14만 5200㎡ 규모의 습지 주변에 펼쳐진 억새와 갈대밭은 잔잔한 겨울 풍경을 만든다. 계절마다 다른 식물과 풍경이 이어져 어느 때 찾더라도 각기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특징이다.

거창 창포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거창 창포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실제로 이곳을 찾은 이들 사이에서는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이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넓은 평지에 조성된 산책로와 다양한 체험 시설에 만족감을 보인다. 인위적인 조형물보다 자연 생태를 살린 공간 구성이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원 내부에는 북카페와 열대식물원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보다 활동적인 체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카페와 정원의 넓은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자전거 대여소, 지친 발의 피로를 덜어주는 치유센터의 족욕 체험 등은 유료로 운영되지만 머무는 시간을 더욱 다양하게 채워준다. 넓은 부지를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계절의 흐름과 습지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거창 창포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거창 창포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김지호)

거창 창포원을 충분히 둘러봤다면 인근 명소들도 함께 찾아볼 만하다. 거창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수승대는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꼽히며, 맑은 계곡물과 거북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많은 이들이 찾는 우두산 출렁다리와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도 산세의 웅장함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거창은 자연경관만큼이나 먹거리도 풍성하다. 거창의 맑은 물과 공기 속에서 자란 거창 사과는 당도가 높고 식감이 아삭해 널리 이름나 있다. 거창 한우인 ‘애우’는 쑥을 먹여 키운 소고기로,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지역 향토 음식으로는 미꾸라지를 넣어 끓여낸 추어탕과 고소한 맛이 특징인 가조 어탕국수 등이 있어 든든한 한 끼를 즐기기에 좋다.

거창 창포원은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수변 정원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키즈카페와 치유센터 등 일부 시설은 유료로 운영된다. 개별 시설마다 이용 시간이나 운영 규정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부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거창 창포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이병현)
거창 창포원 / 한국관광공사(촬영 : 이병현)

과거 물에 잠겼던 땅은 이제 사람과 자연이 함께 머무는 생태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창 창포원은 꽃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황강의 수질을 지키고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는 역할까지 품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이어지는 이곳에서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천천히 느낄 수 있다. 맑은 공기와 푸른 습지, 그 사이를 채우는 꽃들의 풍경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한결 여유로운 쉼을 전한다. 거창의 산과 강이 어우러져 만든 이 넓은 정원은 오늘도 제자리를 지키며 차분한 풍경을 이어가고 있다.

거창 창포원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