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식탁 위에도 봄의 맛이 찾아온다. 이 시기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바지락이다.

봄철 바지락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좋은 시기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바지락이라도 입안에서 모래가 씹히면 기분을 망치기 일쑤다. 시원한 국물 맛과 쫄깃한 식감을 온전히 즐기기 위한 바지락 손질법과 조리법을 정리했다.
◇ 실패 없는 바지락 요리의 핵심은 '해감'
조개 요리를 꺼리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조갯살 사이사이에 든 모래와 뻘이다. 이를 깨끗하게 뱉어내게 하는 과정을 '해감'이라고 부른다. 해감만 제대로 해도 바지락 요리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해감을 할 때는 조개가 살던 바닷물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미지근한 물 1리터를 준비한다. 너무 뜨거우면 조개가 죽고 너무 차가우면 입을 잘 벌리지 않으니 적당한 온도가 중요하다. 여기에 소금 반 큰술을 넣어 잘 섞는다. 이때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조개가 짜지므로 양을 조절해야 한다.

소금물에 바지락을 넣은 뒤에는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조개는 어두운 곳에서 안심하고 입을 벌려 뻘을 뱉어내기 때문이다. 검은 비닐봉지를 씌우거나 까만 그릇으로 덮어 그늘진 곳에 둔다. 하룻밤 정도 그대로 두면 바지락이 머금고 있던 지저분한 것들을 말끔하게 뱉어낸다. 만약 한꺼번에 많은 양을 샀다면 하루에 한 번씩 물만 갈아주면서 보관하면 며칠 동안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
◇ 다섯 번은 비벼야 깨끗한 국물이 나온다
해감을 마친 바지락은 껍데기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껍데기에 붙은 이물질이 국물에 섞이면 맛이 텁텁해지기 때문이다. 바지락을 바구니에 담고 물을 받아 손으로 서로 세게 비벼가며 씻는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보통 다섯 번 정도는 반복해서 닦아야 한다.
이렇게 비벼 씻는 과정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속이 비어 있거나 이미 죽은 조개들은 비비는 힘에 의해 껍데기가 벌어지거나 깨진다. 조리 전에 이런 불량 조개들을 골라낼 수 있어 국물 맛을 망치는 일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잘 닦인 바지락은 껍데기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보기에도 좋아진다.
◇ 양념은 최소로, 감칠맛은 최대로

바지락탕은 양념을 많이 넣을수록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바지락 자체가 가진 시원한 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국물을 낼 때는 다시마 한 장이면 충분하다. 다시마 겉면의 하얀 가루를 젖은 수건으로 닦아낸 뒤 물에 넣는다. 이때 센 불보다는 중간 불에서 은은하게 끓여야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이 잘 우러난다.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씻어둔 바지락을 넣는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나 소주를 약간 넣는 것이 좋다. 다만 단맛이 나는 맛술은 바지락 본연의 시원한 맛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조개가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위로 떠오르는 거품은 걷어낸다. 거품을 잘 걷어내야 국물이 맑고 깨끗해진다. 만약 끓여도 입을 벌리지 않는 조개가 있다면 그것은 죽은 조개이므로 먹지 말고 버려야 한다.
간을 맞출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바지락 자체에서 짠맛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소금을 많이 넣으면 안 된다. 국간장을 아주 조금만 넣어 향을 내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바지락탕은 짜지 않고 슴슴해야 국물 끝맛까지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얇게 저민 생강과 굵게 다진 마늘을 넣으면 국물 맛이 한결 깊어진다. 마지막으로 쪽파나 대파, 그리고 매콤한 고추를 썰어 넣으면 보기에도 좋고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 피로 해소와 간 건강에 좋은 바지락

바지락은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영양도 풍부하다. 바지락에는 '타우린'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피로를 풀어주고 간 기능을 돕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바지락탕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봄철에 바지락을 챙겨 먹으면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바지락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이 풍부해 체중 조절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식재료다. 조갯살의 쫄깃한 식감은 씹는 재미를 주며 은은한 단맛까지 느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다.
◇ 요리 초보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도 바지락탕은 도전해볼 만하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싱싱한 바지락만 있다면 누구나 기가 막힌 국물 맛을 낼 수 있다. 잘 해감된 바지락 한 냄비면 열 반찬 부럽지 않은 근사한 식탁이 완성된다.
가족들을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오늘 저녁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바지락을 사다 탕을 끓여보는 것은 어떨까.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시원한 국물 한 모금이 하루의 피로를 싹 씻어줄 것이다. 쫄깃한 조갯살을 하나씩 까먹는 재미와 함께 봄의 정취를 만끽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