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대 전분·당류 담합 의혹' 대상그룹 임원 구속됐다…“증거인멸·도망 염려”

2026-04-01 13:01

법원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

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체 임원이 구속됐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업계 상위 업체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 확보가 이뤄지면서 향후 수사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속된 남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구속된 남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 김진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대상 임모 대표이사, 김모 전분당사업본부장, 사조CPK 이모 대표이사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김 본부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임 대표이사와 이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각각 담합 행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거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전분당 가격을 사전에 조율하고, 대형 실수요자 입찰 과정에서도 가격을 합의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검찰은 이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보고 지난달 26일 관련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핵심은 단순 가격 인상이 아니라 업체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다.

전분당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식품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초 원료다. 전분을 가공해 만든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이 대표적이며, 과자, 음료, 유제품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 제조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전분당 가격이 움직이면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0조 원대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임 모 대상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10조 원대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임 모 대상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특히 이번 수사 대상에 포함된 대상과 사조CPK는 전분당 업계 1·2위 업체로 꼽힌다. 여기에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주요 기업까지 함께 거론되면서 시장 전반의 경쟁 구조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약 8년간 10조원 이상 규모의 담합을 벌였을 가능성을 포착한 상태다.

이 수치는 이전에 적발된 담합 사건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검찰이 앞서 수사했던 밀가루 담합은 약 5조원, 설탕 담합은 약 3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분당 담합 의혹은 이들 사건을 합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생활 필수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가격 담합이 연쇄적으로 드러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시장 충격도 적지 않다.

수사 방식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23일 대상, 삼양사,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차례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며 직접 수사에 나섰다. 공정위 조사 단계에 머물던 사건이 형사 수사로 전환된 셈이다.

10조 원대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이 모 사조CPK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10조 원대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이 모 사조CPK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현재까지는 일부 임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그쳤지만,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추가 구속이나 기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담합이 장기간 이어졌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의사결정 라인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 내부의 가격 결정 구조, 회의 기록, 이메일 등 증거 확보 여부가 향후 수사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실제 생활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전분당은 식품 제조 원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담합이 있었다면 장기간에 걸쳐 가격 왜곡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가격 인상 폭이나 소비자 피해 규모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관련 수치는 향후 재판 과정이나 추가 조사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법적 쟁점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형사 처벌과 함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특히 입찰 과정에서의 가격 합의는 위법성이 높게 평가되는 영역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입찰 담합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대상그룹의 브랜드들. / 유튜브 '대상 DAESANG '
대상그룹의 브랜드들. / 유튜브 '대상 DAESANG '

검찰은 최근 생활 필수품과 직결된 분야를 중심으로 담합 수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밀가루, 설탕,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 10조원 규모 담합에 가담한 업체 임직원 52명이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전분당 사건까지 포함하면 식품 원재료 전반에서 경쟁 질서가 흔들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소수 업체 중심 구조가 반복적으로 담합 의혹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확인될 경우, 향후 규제 강화나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일부 혐의가 법원에서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함께 나온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가 관건이다. 구속된 김 본부장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와 진술이 확보될 경우, 수사의 방향과 범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