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약 1조 7154억 원 규모의 자사주 911만 주를 소각하며 주주환원 정책의 강력한 실행력을 입증했다. 이번 조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발행 주식 총수의 약 4%에 해당하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들인 자기 주식을 소각로에 집어넣듯 영구적으로 없애는 행위다. 유통되는 주식 총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PS,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총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상승해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시장에 공급되는 주식 물량 자체가 물리적으로 사라지기에 수급 개선과 주가 하향 방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분류된다. 단순히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자사주 매입보다 소각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해당 주식이 다시 시장으로 흘러나올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1일 자로 효력이 발생한 이번 소각 대상은 911만 주다.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2024년 7013억 원, 2025년 8950억 원을 기록했던 기존 소각 규모를 합산액보다 크다. 셀트리온은 소각 효력 발생 당일 즉시 관할 등기소에 등기 접수를 진행해 행정 절차 속도를 높인다.
오는 3일 등기 절차가 완료되면 6일 한국거래소에 변경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최종적인 주식 시장 내 변경상장 절차는 13일경 마무리될 전망이다. 행정 처리 상황에 따라 일정의 미세한 변동 가능성은 있으나 주주 약속 이행을 위해 최단 시간 내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이번 소각분에는 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 내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 부여한 권리) 보상 목적으로 보유했던 300만 주가 포함됐다. 내부 보상용 재원을 포기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선택한 셈이다. 소각 후 남은 자사주 약 323만 주는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신기술 도입, 시설 투자 등 기업의 체급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재원으로 활용된다. 단순한 현금 환원을 넘어 기업의 지속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주주환원율(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및 자사주 소각 합산액 비중)은 약 103%에 달했다. 주당 750원의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한 결과물이다. 동종 산업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권고치인 3년 평균 40%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현금배당의 경우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실시하는 비과세 배당 방식을 채택했다. 주주는 배당소득세(15.4%)를 부담하지 않아도 돼 실질적인 세후 수령액이 늘어나는 혜택을 누린다.
최근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것은 책임 경영의 일환이다. 셀트리온은 주주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성장 성과를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소각은 시장 내 주식 가치 희석을 방지하고 주가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장기 투자자들에게 견고한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주주 이익 증대로 직결되는 구조를 확립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