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관객 수는 10만 명대에 그쳤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극장 흥행 성적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른바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린 한국 영화가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의 후속편이 마침내 극장에 걸린다. 무려 17년 만이다.
정체는 정우 주연의 영화 ‘바람’ 후속작 ‘짱구’다. 오는 22일 개봉을 확정한 ‘짱구’는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도 배우의 꿈 하나만 붙들고 다시 일어서는 짱구의 뜨겁고 유쾌한 도전을 담은 작품이다. 부산에서 ‘짱’을 꿈꾸던 고등학생 짱구가 이제는 배우를 꿈꾸며 또 다른 현실과 맞붙는 이야기다. 한때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그 짱구가 어떤 얼굴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작품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바람’이 남긴 존재감 때문이다. 2009년 개봉한 ‘바람’은 엄한 가정에서 자란 짱구가 멋진 학창 시절을 보내기 위해 학내 불법써클에 들어가고, 이른바 ‘짱’들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당시 공식 관객 수는 1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저예산 영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네티즌 평점 9.29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입소문을 탔다. 숫자는 작았지만 체감 인지도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 ‘바람’은 지금도 대표적인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린다.
실제 관객 반응도 압도적이었다. “너무 공감되는 영화였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평범해지는 것이다”, “사투리 영화 중 최고다. 진짜 최고다”, “‘바람’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엔딩 크래딧 내내 나도 모르게 펑펑 울었다”, “10점 밖에 못 주네”, “이런 영화는 재개봉해야 되는 거 아닌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흥행 성적을 넘어 팬덤이 작품을 오래 살려낸 드문 사례였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짱구’가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람’의 원작자이기도 한 정우가 직접 연출과 출연을 맡았고, 오성호 감독이 공동 연출로 합류했다. 정우는 극 중 배우 지망생 짱구로 분해 현실의 벽에 수없이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청춘의 얼굴을 그린다.
여기에 정우의 아내인 배우 김유미가 제작 초기부터 기획에 참여했고, ‘그 겨울, 나는’으로 2021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오성호 감독이 힘을 보태며 기대감을 키웠다.

정우는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바람’을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 주셨다. 개봉 이후에 다음편을 구상 하고 1년 정도 초고를 썼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응답하라 1994’ 등 연기에 전념했다. 사실 ‘짱구’는 창고에 넣어 놨던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오랫동안 묵혀 있던 프로젝트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셈이다.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는 아내 김유미를 언급하며 “장면마다 어떤 생각으로 썼냐고 묻길래 연기로 보여줬다. 너무 흥미롭고 유니크하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1일 공개된 예고편은 기대감을 더 끌어올렸다.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는 짱구의 모습으로 시작된 영상은 “99번째 오디션 탈락”이라는 문구와 함께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짱구는 무너지지 않는다. 계속 떨어지고도 다시 연습하고, 또다시 무대에 선다. 여기에 민희 역의 정수정이 등장하며 새로운 감정선도 더해진다.
예고편 마지막, 장항준 감독이 짱구에게 “김정국 씨는 연기를 왜 하는 거냐”라고 묻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하다. 질문 앞에 선 짱구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번 영화가 웃음만이 아니라 꿈과 현실을 정면으로 다룰 작품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온라인 반응도 이미 뜨겁다. “진짜 ‘바람’은 잊을 수가 없다”, “악 비공식 천만 영화 후속편이 드디어!”, “이건 무조건 가서 봐야지”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 흥행 수치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던 영화 ‘바람’, 그리고 그 기억을 다시 깨우는 ‘짱구’. 무려 17년 만에 돌아온 이 후속작이 이번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건드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