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거래일 원·달러 환율이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 완화 소식에 힘입어 1500원대 초반으로 급락 출발했다. 전쟁 종식 가능성 언급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빠르게 잠재우며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을 되살린 결과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6원 내린 1508.5원에 개장했다. 오전 9시 1분 하나은행 고시 기준 매매 기준율은 1510.50원을 기록하며 장 초반부터 강력한 하락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1500원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환율이 한풀 꺾인 데에는 간밤 전해진 중동 지역의 평화 무드가 결정적인 트리거로 작용했다.
외환시장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킨 결정적 요인은 이란에서 나온 종전 시그널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필수 조건이 충족된다는 전제하에 이란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3주 내 미군 철수 발언과 맞물려 중동 내 지정학적 긴장감을 급격히 허무는 기폭제가 됐다. 양측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시장에 전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를 투매하고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났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나 극단적인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원화 가치 회복에는 충분한 동력이 되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9시 기준 유로화(EUR) 매매 기준율은 1747.80원, 일본 엔화(JPY 100엔)는 952.43원을 기록 중이다. 중국 위안화(CNY) 역시 219.41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의 독주 체제가 주춤해지자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들이 원화와 함께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이다.
외환 거래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찰 살 때 기준으로 달러는 1536.93원, 팔 때는 1484.07원에 거래가 형성되어 있다. 송금 보낼 때 환율은 1525.30원, 받을 때는 1495.7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화 환산율 기준으로 유로화가 1.157, 엔화가 0.631을 기록하며 달러 대비 타 통화들의 상대적 강세가 뚜렷하게 관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이 국내 수입 물가와 에너지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과 고환율이 맞물리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었으나 환율이 1500원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찾을 경우 통화 당국의 금리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중동 정세의 가변성이 여전한 만큼 장중 발표되는 후속 보도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외환 딜러들은 수출 업체의 네고 물량(달러 매도) 출회 시점과 외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세 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코스피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경우 환율은 1400원대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년 상반기 금융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중동 리스크가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원화 시장은 오랜만에 안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