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지퍼백 사재기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오늘(2일)부터 위생백·지퍼백 등 비닐 관련 생필품을 반값에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2일부터 8일까지 '메가통큰' 2주차 행사를 진행한다. '메가통큰'은 '메가(MEGA)'와 롯데마트 '통큰' 브랜드를 결합한 연중 최대 쇼핑 행사로, 일 년에 단 두 번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생필품 할인이다. 주방 필수품인 '크린랩 대용량 위생백'과 '크린랩 이중 지퍼백' 등 위생용품을 2개 이상 구매 시 50% 할인한다.
비닐·지퍼백, 왜 갑자기 사재기 대상이 됐나
이 행사가 더욱 화제가 된 건 최근의 '비닐 대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플라스틱과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 23일 배럴당 614달러에서 3월 4일 777달러로 단 10일 만에 26%, 160달러 이상 급등했다.
국내 나프타 재고는 10~15일분에 불과해, 약 60일분을 확보한 원유 재고와 비교해 공급 여력이 현저히 낮은 상태다. 한국은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며 그중 77%가 중동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직결되는 구조다.
나프타에서 추출한 원료를 쓰는 제조업체들은 생산 비용이 20%까지 늘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 분해시설 가동을 줄이고 있다.

"마트 몇 군데 돌아다녀도 없더라"…사재기 현실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마트 몇 군데 돌아다녀도 종량제 봉투가 없어 못 샀다", "봉투 사러 갔다가 '1인당 2개'라고 해서 놀랐다", "여러 매장을 돌며 100장을 확보했다"는 구매 인증 댓글이 이어졌다.
사재기 현상은 비닐봉지와 종량제 봉투에 그치지 않았다.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19~25일) 물티슈 판매량은 직전 일주일 대비 24% 급증했다. 생수와 화장지는 각각 11%, 생리대·성인기저귀도 14%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등에선 가격 인상 전에 미리 사둬야 하는 이른바 '사재기 리스트'까지 돌았다. 생수, 샴푸, 치약, 물티슈, 기저귀, 세제, 휴지 등 생필품이 대부분이었다.
자영업자들도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컵 등 제품을 6개월 이상 치씩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닐값이 오른다고 해서 일단 6개월 치는 주문해놨는데, 지인은 2년 치를 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장관까지 직접 나서 "사재기 할 이유 없다"
정부는 3월 27일 자정부터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고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정은 5개월간 유효하며, 국내 생산 나프타는 승인 없이는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종량제 봉투 수급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재고가 충분하고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일인데, 지엽적인 일부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재고도 충분하고 원료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량제 봉투는 생산원가가 5~6원 정도인데 행정처리 비용 등으로 100~200원을 받는 것"이라며 "생산원가가 오른다고 최종 판매가격이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사재기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있다. 악의가 있는 것"이라며 최초 유언비어 유포자를 찾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자 국가의 위기 극복을 방해하는 행위로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같은 달 30일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며, 봉투 가격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해 공장에서 임의로 올릴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워뒀다"며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실제 재고량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부 조사 결과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54%가 6개월치 종량제 봉투를 보유하고 있으며, 종량제 봉투 18억여 장을 만들 수 있는 재생원료(PE)도 재활용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마트 "유가 불안에 선제 대응"
롯데마트는 중동발 유가 불안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진 석유화학 기반 일상용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창립행사 대비 물량을 13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위생백·지퍼백 외에도 생리대 150여 종과 하기스 기저귀 40여 종도 2개 이상 구매 시 50% 할인 판매하며, '깨끗한 나라 전 품목' 화장지·물티슈도 2개 이상 구매 시 50% 할인한다.

먹거리 할인 혜택도 통 크게 진행한다. 미국산 소고기 전 품목을 행사카드 결제 시 50% 할인하며, 수입산 삼겹살·목심은 100g당 990원에 선보인다. 한판 전복(10마리)은 4월 2일부터 4일까지 단 3일간 9840원으로, 마리당 984원 수준의 연중 최저가에 살 수 있다.
박상욱 롯데마트·슈퍼 전략마케팅부문장은 "유가 불안 등으로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진 일상용품을 중심으로 준비했다"며 "이번 행사가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더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는 오늘(2일)부터 8일까지 롯데마트·슈퍼 전 점포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