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대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520원선을 넘어선 데 이어 장중 한때 1530.80원(하나은행 매매 기준율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고점들에 근접한 수치다. 개장가인 1519.9원에서 시작한 환율은 중동발 불안 심리와 달러 강세 기조가 맞물리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번 환율 급등세는 단순히 지정학적 리스크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예상외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이 '강달러'를 부채질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중동 사태 악화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해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맹렬하게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원화 약세를 압박하고 있다.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비교적 차분한 견해를 유지했다. 그는 환율의 특정 레벨(수치) 자체에 과도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외환 보유액을 소진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수급 조절 기능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급격한 쏠림 현상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에 대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제조 기업들은 환율 1530원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원가 부담 급증에 직면했다. 환차손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는 물론,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 '에너지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 중이다.
기업을 넘어 서민들의 일상에도 '인플레이션 공포'가 덮쳤다. 당장 체감 물가의 바로미터인 기름값부터 심상치 않다. 중동발 위기와 고환율이 겹치면서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일제히 리터당 1900원 선을 돌파해 '2000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여기에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까지 번지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시민들이 앞다투어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하는 진풍경마저 벌어지고 있다. 거시 경제의 지표 불안이 기업의 시름을 넘어 서민들의 생존 불안 심리까지 옥죄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후보자가 강조한 원칙이 실물 경제의 고통을 어느 정도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가 이번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화 정책의 독립성과 재정 공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조율사로서 그의 행보에 국내외 금융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장 마감 시점까지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와 당국의 실개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