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종량제 봉투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이례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종량제 봉투 재고가 부족해질 경우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의 충분한 재고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사재기 현상이 멈추지 않자 내놓은 대응책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급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 장관은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웠다”면서 “집에 쓰레기를 쌓아둘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도 없을 것”이라면서 “봉투 가격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해, 공장에서 임의로 올릴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격 인상설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종량제 봉투 가격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해지기 때문에 공장에서 임의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주말 사이 직접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점검한 결과 일부 매장에서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국민들이 봉투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재차 당무했다.
이번 사재기 소동은 중동 전쟁의 여파로 봉투 제조 원료가 한 달 치만 남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됐다. 이에 기후부가 지자체별 재고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밀 조사 결과는 소문과 달랐다.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54%가 이미 6개월 분량의 종량제 봉투를 확보하고 있어 지자체 차원의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재활용 업체들이 보유한 재생원료(PE) 물량 역시 종량제 봉투 18억 3000만 매를 추가로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통 현장에서는 여전히 구매 열기가 뜨겁다. 이로 인해 주요 대형마트들은 품절 사태를 막기 위해 한시적인 구매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실제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7% 급증했다. 롯데마트 역시 23일부터 28일 사이 판매량이 1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종량제 봉투뿐만 아니라 관련 소모품의 판매도 동반 상승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 판매량은 131% 증가했으며 지퍼백과 비닐백도 각각 81%, 93%의 높은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80여 개 점포와 롯데마트 10여 개 점포가 현재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지자체별 제조사와 수급 상황에 따라 점포마다 제한 수량은 다르게 적용된다.
홈플러스 또한 지난 24일 각 점포에 가이드라인을 전달해 수급 상황에 맞춰 1인당 1묶음으로 구매를 제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가맹점 위주인 편의점 업계는 점주들이 개별적으로 지자체에 물량을 주문하는 구조상 점포별 재고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GS25의 경우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전주 대비 325%, 음식물 처리 봉투는 278% 폭증하며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다. 본사 차원의 공식적인 구매 제한 방침은 없으나 일부 점포에서는 발주 중단이나 자체적인 제한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가 평소 대량 재고를 쌓아두는 품목이 아니기에 일시적인 품절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전체적인 공급망에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