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갔더니 ‘텅’…판매량 ‘102%’ 급증, 보이면 일단 담는다는 ‘이것’

2026-03-31 10:40

나프타 공급 불안, 소비자 심리가 시장을 점령하다
품절 전 미리 사재기, '없을까봐' 공포가 부르는 사단

마트에 갔더니 또 비어 있었다. 종량제 봉투서 시작된 ‘비닐 품귀’ 불안이 대형마트까지 번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이면 일단 담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종량제 봉투에 물건을 담고 있다 / 뉴스1
지난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종량제 봉투에 물건을 담고 있다 /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퍼백과 화장지, 세제, 물티슈 같은 생활필수품부터 즉석밥, 통조림, 냉동 과일·채소까지 사재기 조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직 공식적인 공급 부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매장 진열대와 온라인몰에서는 불안 심리가 먼저 반응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23~28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부 생필품 판매가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롯데마트에서는 전주 대비 기저귀 판매액이 91%, 생리대는 76% 증가했다. 특히 지퍼백은 102%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이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화장지 판매액이 43% 늘었고, 세제는 33%, 물티슈는 21% 증가했다. “혹시 나중에 못 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본격적으로 소비 행동으로 옮겨간 셈이다.

먹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마트의 이달(1~29일 기준) 쌀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오래 두고 먹기 쉬운 냉동 과일·채소는 21%, 즉석밥과 통조림은 각각 12% 증가했다. 전형적인 ‘비축형 소비’다. 당장 필요한 양만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품목부터 먼저 챙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공급난이 시작되기도 전에 소비자 심리가 먼저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시민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 뉴스1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시민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불안은 다이소에서 먼저 감지됐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다이소 매장에서는 위생백, 비닐백 등 비닐류 제품을 한 번에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기준 온라인쇼핑몰 다이소몰에서도 상당수 비닐봉지 제품이 일시 품절 상태를 보였다. SNS에는 “보이는 대로 막 집어가더라”, “다이소 비닐 코너가 텅 빈 건 처음 봤다”, “보이면 무조건 사야 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한 번 불이 붙은 불안 심리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흔들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나프타 공급 불안이 있다. 나프타는 비닐봉지와 포장재, 각종 생활용품 원료로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기초 원료다. 중동 정세가 길어지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같은 원료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이는 곧 생활용품 가격 인상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격 오르기 전에 꼭 사야 할 물품’ 리스트까지 퍼지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더 자극하고 있다.

유튜브, KBS News

유통업계는 아직 재고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부분 생필품은 6개월 치 이상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종량제봉투처럼 구매 제한을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SNS를 통해 “지방정부 절반 이상이 6개월치 이상의 종량제 봉투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원료가 충분해 1년 이상 공급에 문제가 없고, 최악의 경우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도 세워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량제봉투 구매 수량 제한 합니다' / 뉴스1
'종량제봉투 구매 수량 제한 합니다' / 뉴스1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이미 현수막 원단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 제작업체들은 최근 출력·유통업체에 다음 달부터 25~30%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90㎝ 폭 현수막 가격은 가로 1m 기준 1500~2000원에서 2500원 이상으로 뛸 전망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지금은 있어도 나중엔 비싸지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는 공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마트와 다이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품절 소동이 아니다. 재고는 충분하다는 설명이 나오는데도, 사람들은 이미 먼저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지퍼백 판매가 102% 뛰고, 비닐 코너가 텅 비고, 즉석밥과 통조림까지 빠르게 팔려나간다.

정부, 나프타 수급 비상에 '수출 제한' 조치 / 뉴스1
정부, 나프타 수급 비상에 '수출 제한' 조치 / 뉴스1

공급 부족보다 더 무서운 건 ‘없어질지 모른다’는 심리다. 지금 소비자들은 바로 그 불안 때문에, 보이면 일단 담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