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외국인 손님을 포함해 4명이 다쳤다.

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건물 돌진, 급가속 의심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사고 역시 운전 미숙이나 페달 오조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30일 TV조선 단독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7일 오후 3시쯤 서울 압구정역 인근 골목에서 일어났다. 8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식당 앞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중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뒤편 가게로 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은 가게 유리창을 뚫고 내부 깊숙이 들어갔고, 이후 다시 앞으로 튀어나가 지나가던 다른 차량까지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식당 안에 있던 외국인 손님과 직원 1명, 그리고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2명 등 모두 4명이 부상을 입었다. 평범한 일상 공간인 식당 내부까지 차량이 들이닥쳤다는 점에서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운전자는 음주 또는 약물 운전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여성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에 따른 사고인지 등을 중심으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건물 돌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와 페달 오조작이 먼저 지목된다. 특히 주차장이나 상가 앞처럼 차량이 저속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운전자 스스로도 큰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채 조작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순간 가속페달을 잘못 밟게 되면, 짧은 거리에서도 차량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튀어나간다. 여기에 시야 저하, 반응 속도 둔화, 근력 약화, 낯선 차량 기능에 대한 적응 문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해 대처가 늦어지는 점까지 겹치면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최근 5년간 해마다 증가해 재작년에는 4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접촉 사고를 넘어 상가나 건물로 돌진하는 형태의 사고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개인의 운전 습관 문제를 넘어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의 급가속 사고가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지원이다. 이 장치는 차량이 멈춰 있거나 시속 15㎞ 이하로 움직일 때 급가속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더라도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가지 않도록 속도를 억제해 주는 시스템이다. 저속 주행이나 주차 상황에서 발생하는 급가속 사고의 특성을 고려한 장치인 셈이다.
지원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와 고령 택시 운전자다. 서울시는 우선 이들이 운전하는 차량 200대에 해당 장치를 무료로 설치한 뒤 실제 사고 억제 효과를 검증하고, 이후 제도화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반복되는 사고 양상을 고려하면 이런 보조 장치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안전장치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천천히, 정확하게” 운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차장이나 상가 밀집 구역, 건물 주변에서는 평소보다 속도를 더 낮추고, 출발 전에는 기어 위치를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또 페달을 밟을 때는 발 위치를 의식적으로 점검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피로가 심한 날에는 운전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량에 탑재된 주차 보조 기능이나 급가속 방지 보조장치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족들 역시 고령 운전자의 건강 상태와 평소 운전 습관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압구정 식당 돌진 사고는 단순한 개별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고령 운전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운전자 교육과 안전장치 확대,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반복되는 돌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신중함과 함께 사회 전체의 보다 촘촘한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