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충북 음성군에 유기한 남편이 붙잡혔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오후 5시께 음성군에서 60대 남성 A 씨를 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 씨 아들 신고를 받고 위치를 추적한 끝에 그를 붙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 20분께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었던 A 씨는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차량으로 음성군의 한 묘지 배수로까지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에게 가정폭력 신고 이력은 없으며, 시신을 훼손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여성 살해에 관한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한국여성의전화가 2024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74명으로 나타났다. 자녀·부모·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피해자 수는 최소 650명에 달했다.
이는 최소 15.8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에 처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13.5시간마다 1명꼴이다. 다만 이 수치는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한 최솟값으로,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 중 연령대를 확인할 수 있는 346명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21.97%(76명)로 가장 많았고, 30대 19.36%(67명), 40대 18.5%(64명), 50대 17.05%(59명), 60대 11.85%(41명), 70대 이상 5.78%(20명), 10대 5.49%(19명) 순이었다.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를 보면, '홧김에·싸우다가 우발적으로'가 155건(23.85%)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인의 이직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목을 조르거나, 치료를 권하는 아내의 말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르는 등 대등한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닌, 피해자를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소유물로 여기는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폭력임이 드러난다.
이 밖에도 '이혼·결별 요구 또는 재결합·만남 거부'가 136명(20.92%), '다른 남성과의 관계 의심'이 83명(12.77%), '자신을 무시했다'가 28명(4.31%) 등의 순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통제에서 벗어나거나 벗어나려 할 때 피해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전문가들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 살해를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혐오 살인)'로 규정하고, 단순 강력범죄가 아닌 젠더 기반 폭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법상 가정폭력 피해자가 위험 상황을 신고해도 가해자와 즉각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