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향년 40세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이 실은 폭행을 당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다. 유가족은 초동 대응부터 수사까지 모든 과정이 부실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 유가족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이 갑자기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식사 도중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몸싸움 끝에 주먹으로 가격당한 김 감독은 바닥에 쓰러졌다.
김 감독은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만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유가족은 사건 현장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었는데 이송이 한 시간 지체되며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송된 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4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준 뒤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언론에는 단순 뇌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폭행에 의한 사망이었다는 사실이 사건 발생 5개월여 만에 뒤늦게 공개됐다.
경찰은 김 감독을 폭행한 남성 A씨를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이후 유가족의 요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반영해 경찰은 A씨 등 2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주 이 사건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유가족은 연합뉴스에 "피의자가 여러 명임에도 처음에 1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나중에야 2명을 특정해 영장을 다시 신청했는데 그것마저 기각됐다"며 "수사가 부실하고 수개월째 지연됐다"고 비판했다. 또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났는데 아들을 죽인 범인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어렵게 활동하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여동생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4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수사는 진행 중이고, 가해자들은 반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적으며 오빠를 향한 그리움과 함께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분당메모리얼파크 헤리티지동에 안치돼 있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두레자연고를 졸업한 뒤 2013년 영화 '용의자' 소품팀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대장 김창수'(2017), '마약왕'(2018), '마녀'(2018),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클로젯'(2020),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소방관'(2024) 등 다수의 상업 영화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하며 현장 경력을 쌓았다.
연출자로서는 2016년 '그 누구의 딸'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성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딸이 주위의 시선을 피해 이사를 하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으로 그해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다. 조정 기간 6개월이 지난 뒤 구의역 3번 출구에서 만난 부부가 법원에서 이혼 합의 뒤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모습을 그린 단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