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때 데뷔한 '유명' 프로게이머, 아버지 명의로 탈세

2026-03-30 19:50

고소득 신직업의 함정, 가족 자산 관리가 불법이 되는 이유

유명 프로게이머가 부친 명의 주식 거래를 통해 세금을 회피했다는 국세청 판단에 불복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A씨는 2023년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최근 기각됐다.

A씨는 미성년자 시절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아버지 B씨를 매니저로 두고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연봉 계약과 각종 행정 업무를 부친이 맡았고, A씨가 벌어들인 연봉과 상금 일부는 B씨 명의로 주식 투자에 활용됐다. 이를 통해 매매 차익과 배당 수익이 발생했다.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 미디어 데이 관련 자료 사진으로, 기사 속 인물을 특정하려고 의도한 사진이 아닙니다. / 뉴스1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 미디어 데이 관련 자료 사진으로, 기사 속 인물을 특정하려고 의도한 사진이 아닙니다. / 뉴스1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세금 처리 방식이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A씨가 부친에게 지급한 금액이 실제 업무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를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동시에 부친 명의로 이루어진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조세 회피 목적의 차명 거래, 즉 명의신탁으로 보고 증여세와 배당소득세 납부를 요구했다.

A씨 측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부친에게 지급한 비용은 매니저 역할에 따른 정당한 인건비이며, 주식 거래 역시 자산 관리를 위한 것이지 세금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세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국세청은 프로게이머의 경우 소속 게임단과의 전속 계약을 통해 대부분의 비용이 처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별도의 매니저 비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가 해외 대회에 다수 참가하는 동안 부친이 동행한 기록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더불어 A씨가 직접 본인 명의 계좌로 충분히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음에도 굳이 부친 명의를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를 통해 발생한 주식 매매 차익과 배당소득이 사실상 A씨의 소득임에도 부친 명의로 분산돼 세 부담을 줄인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 역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부친이 수행한 역할은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돕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매니저로서의 독립적인 업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인건비를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뉴스1

또한 차명 주식 거래를 통해 발생한 소득 규모가 단순한 세금 절감 수준을 넘어선다고 봤다. 특히 해당 자산이 부친의 종합소득세나 신용카드 대금 납부에 사용된 점 등을 들어 조세 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A씨가 소속된 에이전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에이전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문제가 된 자금은 이미 소득세를 전액 납부한 개인 자산이며, 자산 관리 과정에서의 행정적 미숙으로 인해 추가 세금이 부과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에이전시 제도가 자리 잡기 전 부친이 계약과 행정 업무를 도맡아 수행해왔고, 선수 본인이 시즌 중 금융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자산을 위탁 관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명의신탁과 관련해 발생한 증여세는 이미 전액 납부했으며, 해당 자산 역시 모두 선수 본인 명의로 환원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고소득을 올리는 프로게이머 등 신종 직군에서의 자산 관리 방식이 세법상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가족 간 자산 관리나 명의 사용이 단순 편의 차원을 넘어설 경우 조세 회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 사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