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못 내는 위기가구 19만 명…박용갑 발의 주거급여법 개정안 국토위 소위 통과

2026-03-30 19:32

주거급여 지원 항목에 관리비 포함 추진…청년 미혼가구 분리 지급 길도 열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의원실 제공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의원실 제공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관리비와 공공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취약계층 문제가 반복되면서, 주거복지 제도가 임대료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져 왔다. 실제로 관리비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위기가구가 전국적으로 19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거급여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주거급여 지원 항목에 관리비를 포함하고, 청년 미혼가구에 대한 분리 지급 범위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거 취약계층 보호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관리비를 3개월 이상 미납한 가구는 공공매입임대 1만332가구, 영구임대 1854가구, 국민임대 848가구 등 모두 1만3244가구로 집계됐다. 미납액도 적지 않았다. 주택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영구·국민·공공건설임대와 공공매입임대를 합친 3개월 이상 관리비 미납액은 35억700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체납이 아니라 생계 위기와 직결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자료를 토대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동주택 관리비를 3개월 이상 체납한 위기가구는 9만8689가구였고, 공공임대주택 임대료와 관리비, 전기·수도·가스요금 미납 가구를 중복 제거해 합산하면 전체 위기가구는 19만615가구에 달했다. 경기 6만3881명, 서울 2만4257명, 인천 1만7540명 순으로 많았고, 대전도 3760명, 세종은 1088명으로 집계됐다. 숫자만 보면 주거 빈곤이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생활 위기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급여로 지원할 수 있는 항목에 관리비를 새로 포함하도록 했다. 또 현행 제도에서 지원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청년 미혼자녀도 수급권자와 분리해 임차료와 관리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거복지 제도가 집세 일부를 보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 유지에 필요한 관리비 부담까지 함께 다루겠다는 취지다. 특히 청년층의 독립과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박 의원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수원 세 모녀 사건, 2025년 대전 모자 사건처럼 취약계층이 관리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비극으로 내몰린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는 임대료만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삶의 마지막까지 내몰리는 과정에서 임대료보다 관리비와 공과금 체납이 먼저 누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관리비 지원은 단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생존 안전망의 보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법안소위 통과가 곧바로 제도 정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고, 실제 시행 단계에선 지원 대상과 범위, 예산 확보, 지방정부 부담,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주거빈곤의 현실이 이미 임대료를 넘어 관리비 체납 문제로 확장된 이상, 이번 개정안은 늦었지만 필요한 보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취약계층 보호를 말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생활비 항목조차 제도 바깥에 두는 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거급여법 개정안은 결국 우리 사회가 주거를 어디까지 기본권으로 볼 것인지 묻는 법안이기도 하다. 임대료만 내면 되는 집은 현실에 없다. 관리비와 공과금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생활이 유지된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넘어 실제 취약계층의 숨통을 틔우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후속 논의와 결단이 주목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