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에 따른 고열 속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의식을 잃기 전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지기 직전 지인들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사립유치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공적 책임 강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전교조,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발표회 준비를 위해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지속했다.
고인은 퇴근 후에도 밤늦게까지 집에서 업무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토요일인 24일에도 휴무를 반납하고 유치원에 출근했다. 이날 자정부터 고열을 동반한 독감 증세가 시작됐으나 고인은 26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고인은 퇴근 후 병원을 방문했으나 진료 시간이 종료돼 치료를 받지 못했고 다음 날인 27일 저녁에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체온은 38.3도까지 상승한 상태였다.
고인은 유치원 원장에게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원장은 "네"라고만 답했다.
28일 출근을 만류하는 부모에게 고인은 "유치원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겠느냐" 고 말하며 집을 나섰다.
이후 29일 38.6도의 고열을 견디며 일한 고인은 30일 체온이 39.8도까지 오르자 낮 12시 30분경 조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인수인계를 이유로 오후 2시가 돼서야 유치원을 나설 수 있었다.
고인은 조퇴 당일 밤 의식을 잃기 전 지인들에게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 집으로 가려 해",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좋지 않아", "미치겠어.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 "숨쉬기가 너무 불편해. 흉통이 아파.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 기침은 계속 나와"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인은 다음 날인 31일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2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2월 14일 결국 숨을 거뒀다.
고인의 아버지는 "딸은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나고 목에서 피가 나는 지경이 돼서야 조퇴를 할 수 있었다" 며 "병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고 토로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아파도 교실에서 아프고 죽어도 교실에서 죽으라는 관리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아픈 교사를 대신할 사람이 없는 시스템이 초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유치원 측이 고인이 스스로 그만둔 것처럼 서류를 꾸민 정황을 지적하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법정 감염병 발생 시 교사의 병가 승인을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체 인력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