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봉투 제조업체가 어리둥절해하는 이유 '그럴 이유가 없는데...'

2026-03-30 10:51

나프타 수급 불안... 종량제봉투 사재기 돌풍

플라스틱과 고무, 비닐 등의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출이 27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불안정해진 나프타 수급이 종량제 봉투 사재기로 이어지는 등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자 산업통상부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붙은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 / 뉴스1
플라스틱과 고무, 비닐 등의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출이 27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불안정해진 나프타 수급이 종량제 봉투 사재기로 이어지는 등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자 산업통상부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즉시 시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붙은 종량제 봉투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 /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종량제봉투 사재기 현상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마트와 편의점 매대가 텅 비는 사태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작 봉투를 만드는 제조업체는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비닐·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확산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종량제 봉투 가격이 오르거나 아예 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퍼지자 봉투를 미리 쌓아두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는 구매 수량을 1인당 1, 2장으로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었고, 편의점에서는 봉투가 아예 자취를 감춘 곳도 생겨났다.

소비자 불안은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대란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한 시민은 M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때 마스크가 초반에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쓰레기 봉투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미리 샀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A씨는 마트 두 곳을 돌아봤지만 모두 재고가 없었다고 했고, 경기 성남시의 B씨도 5L 종량제 봉투를 사러 갔더니 이미 동이 났다고 전했다.

종량제 봉투 제조업체 측은 이 같은 수요 폭등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원료가 넉넉해 매일 평소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고, 재고도 2개월치 이상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문량이 평상시보다 두세 배 많아졌지만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며 굳이 불편하게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 200여 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6개월치 이상 재고를 비축하고 있으며, 종량제 봉투 가격은 지방정부가 정하는 만큼 임의로 오를 수도 없다.

정부는 봉투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봉투 대신 스티커를 판매해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배출하도록 하는 추가 방안도 검토 중이다.

종량제 봉투 사태와 별개로 식품·외식업계의 포장재 수급 불안은 현실적인 우려로 번지고 있다. 라면·과자 포장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 등의 원료가 모두 나프타에서 추출되는데,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는 통상 1~3개월치에 불과하다. 배달용기도 마찬가지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거래처로부터 공급 지연과 가격 인상 안내를 이미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사재기, 공장 가동 중단, 배달 서비스 축소 등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향후 5개월간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대책을 내놨지만,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