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벼랑 끝 승부를 또 한 번 뒤집으며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현대캐피탈은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2(22-25,22-25, 25-18, 41-39, 15-12)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현대캐피탈은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우리카드는 짜임새 있는 리시브와 블로킹으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현대캐피탈은 쉽게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1세트와 2세트를 연달아 내준 순간만 해도 승부가 그대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경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레오를 중심으로 공격이 살아났고 허수봉도 득점에 힘을 보태면서 현대캐피탈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 4세트 57분 혈투, 승부를 바꾼 한 세트
승부를 완전히 바꾼 건 4세트였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중반 10-17까지 밀렸고 막판에도 19-2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대로 우리카드 쪽으로 시리즈가 3차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코트 안의 흐름은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었다.
현대캐피탈은 조금씩 점수 차를 좁혀갔고 허수봉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9-23에서 연속 5득점이 나오자 장충체육관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캐피탈은 24-23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기어이 듀스를 만들어냈다.

그 뒤부터는 한 점이 곧 한 세트처럼 느껴지는 싸움이 이어졌다. 두 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듀스가 거듭될수록 긴장감도 점점 더 커졌다. 39-39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우리카드 박진우의 서브가 라인을 벗어났고 레오가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현대캐피탈이 41-39로 4세트를 따냈다.
4세트 경기 시간만 57분으로 포스트시즌 한 세트 최장 시간 신기록이다. 양 팀이 합작한 80점은 역대 포스트시즌 한 세트 최다 득점 타이기록으로 남았다.
길었던 4세트를 가져온 뒤에도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 초반에도 5-8로 끌려갔다. 하지만 4세트에서 살아난 흐름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추격하는 과정에서 이시우의 서브가 결정적인 힘이 됐고 레오와 허수봉의 공격도 다시 살아났다. 우리카드 역시 끝까지 버텼지만 마지막 한두 점에서 승부가 갈렸다. 현대캐피탈은 상대 서브 범실로 매치 포인트를 만든 뒤 우리카드 주포 아라우조의 마지막 백어택이 코트를 벗어나면서 길고도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 레오 39점, 허수봉 27점…두 경기 연속 리버스 스윕
대역전극의 중심에는 레오가 있었다. 36세의 레오는 양 팀 최다인 39점을 몰아치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공격 성공률도 높았다. 허수봉은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27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아시아쿼터 바야르사이한도 고비마다 힘을 보탰다. 특히 4세트에서는 허수봉과 바야르사이한의 서브가 경기 흐름을 흔들었다.
우리카드로서는 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4세트에서도 승리를 눈앞에 뒀다. 플레이오프 두 경기 모두 현대캐피탈을 코너로 몰아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한 점을 채우지 못했다. 정규리그 막판 감독 교체라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봄배구를 이어오며 기대 이상 흐름을 만들었던 우리카드는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모두 뒷심 싸움에 밀리며 시즌을 마쳤다.

현대캐피탈은 이 승리로 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끝내고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게 됐다. 3차전 없이 시리즈를 끝낸 덕분에 사흘 휴식도 확보했다.
다음 상대는 대한항공이다. 양 팀은 다음 달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었던 현대캐피탈과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이 다시 맞붙게 되면서 남자부 마지막 무대의 긴장감도 한층 더 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