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원유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생활용 비닐 제품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종량제 봉투 품귀 조짐이 거론되는 데 이어, 이번에는 다이소 매대에서 일회용 비닐 제품이 잇따라 비어 있는 모습까지 포착되며 소비자 불안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통가 안팎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재료 수급 차질 가능성이 생활용품 구매 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관심이 쏠린 제품은 다름 아닌 비닐백이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다이소 매장 지하 1층에서는 일회용 비닐백이 진열된 매대 곳곳이 비어 있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비닐류 제품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재기 심리가 자극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다이소 매장에서는 위생백과 비닐백 등 생활용 비닐 제품을 한 번에 여러 개씩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장별로는 특정 품목 진열대가 일시적으로 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공급망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불안 심리가 특정 매장과 품목에 집중되면서 체감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이소 측은 전체적인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비닐 상품은 정상 판매 중이며 재고도 충분하다”며 “일부 매장 품절은 일시적인 수요 집중이나 진열 지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비중이 약 2% 수준에 불과해 일부 품절을 전체 수급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즉, 일부 점포에서 나타난 빈 매대가 곧바로 전반적인 공급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유통업계는 중동 리스크가 길어질 경우 비닐류를 시작으로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제품 전반의 가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쏠림 현상은 있으나 실제 물량 공급 체계는 안정적”이라면서도 “불필요한 공포심이 사재기를 부추기지 않도록 현장 재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종량제 봉투는 대체재가 사실상 없는 필수품이라는 점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봉투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는 사례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사재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종량제 봉투는 각 지자체가 개별 사업자와 점포를 통해 공급하는 구조여서 특정 유통 채널이 물량을 일괄 통제하기 어렵고, 지자체별 비축 물량도 현재로선 충분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중동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닐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고무 등 다양한 산업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수급 차질은 제조업은 물론 일상 소비재 시장까지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앞으로 5개월간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국내 공급으로 돌리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종량제 봉투 역시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스티커를 판매해 일반 봉투에 배출하도록 하는 추가 대책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