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외식 메뉴 중 하나는 단연 삼겹살이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고소한 고기 한 점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삼겹살을 배불리 먹고 난 뒤 습관적으로 찾는 것이 있다. 바로 입안의 기름기를 씻어내기 위한 시원한 커피 한 잔이다. 많은 사람이 이 습관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이는 공들여 먹은 고기의 좋은 성분을 다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몸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고기 속 귀한 영양분 ‘철분’을 뺏어가는 커피
우리가 삼겹살을 먹는 이유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돼지고기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단백질과 비타민, 그리고 철분이 듬뿍 들어 있다. 특히 철분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날라주는 피를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몸에 철분이 부족해지면 쉽게 피곤함을 느끼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커피 속에 들어 있는 ‘탄닌’이라는 성분이다. 탄닌은 커피를 마실 때 느껴지는 약간 떫은맛을 내는 성분인데, 이 성분은 우리 몸속에서 철분과 만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삼겹살을 먹고 난 뒤 우리 위장에 철분이 들어왔을 때 곧바로 커피를 마시면, 탄닌이 철분과 딱 달라붙어 버린다.
이렇게 둘이 달라붙게 되면 우리 몸이 흡수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덩어리가 된다. 원래대로라면 장에서 흡수되어 우리 몸의 피가 되어야 할 철분이 커피 성분 때문에 그대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커피를 마시면 우리 몸이 철분을 받아들이는 양이 평소보다 절반 아래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비싼 돈을 들여 질 좋은 고기를 먹었음에도 정작 몸에 좋은 성분은 커피 한 잔 때문에 다 버리는 셈이다.
◇ 기름진 음식과 카페인의 만남, 위장에는 불청객

삼겹살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다. 지방이 많은 고기는 우리 위장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다른 음식보다 훨씬 길다. 위장은 이 고기를 잘게 부수고 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많은 양의 위산을 뿜어낸다. 이때 커피가 들어가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위장을 자극하여 위산이 더 많이 나오게 만든다. 또한 위와 목 사이를 꽉 조여주는 문을 느슨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삼겹살의 기름기 때문에 위장이 잔뜩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커피가 들어가 이 문을 열어버리면, 위산과 기름진 음식물이 목 위로 거꾸로 올라오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평소 밥을 먹고 나서 가슴이 쓰리거나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면, 식후에 바로 마시는 커피가 원인일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기름진 삼겹살을 먹은 날에는 위장이 받는 부담이 평소보다 몇 배는 크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은 잠시일 뿐, 실제로는 위장에 큰 무리를 주는 행동이다.
◇ 피로를 풀어주는 성분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
돼지고기에는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 성분이 매우 풍부하다. 고기를 먹고 나면 힘이 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성분 덕분이다. 이 성분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바꿔주어 몸이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커피는 이 좋은 성분의 흡수마저 방해한다. 커피는 몸속에서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이때 물에 잘 녹는 비타민 성분들이 소변과 함께 몸 밖으로 씻겨 내려가 버린다. 고기를 먹고 기운을 차리려 해도 식후 커피 한 잔이 그 효과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결국 몸은 고기를 먹어 배는 부른데, 정작 필요한 힘을 내는 성분은 제대로 얻지 못해 금방 다시 피곤함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 식후 커피, 언제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을까
그렇다면 커피를 아예 끊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 몸이 고기 속의 영양분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만 조절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식사를 마치고 나서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이 지난 뒤에 커피를 마시는 것을 권한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위장 속의 음식물이 어느 정도 소화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커피를 마셔도 영양분 흡수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정 입안이 텁텁해서 무언가 마시고 싶다면 커피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따뜻한 물은 오히려 위장의 움직임을 도와 소화가 잘되게 돕는다. 또한 귤이나 오렌지처럼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조금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과일 속의 성분은 오히려 고기 속의 철분이 몸에 더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