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대표 간식인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하림과 마니커 등 주요 닭고기 생산 업체들이 유통 채널에 공급하는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소매가격은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9일 유통 및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과 그 계열사인 올품, 마니커 등 주요 업체들은 최근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5~10% 인상했다.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거래 업체들이 지난달 중순 약 3%를 올린 데 이어, 이달 초에도 추가로 3%가량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공급가 인상의 여파는 소비자가격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의 닭고기 정상 판매가는 1년 전과 비교해 약 10% 상승한 상태다. 대리점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는 소형 마트와 슈퍼마켓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 마포구의 한 소형 마트 측은 대리점에서 들여오는 가격이 한 팩당 1,000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주요 치킨 브랜드 관계자들은 닭고기 매입 가격이 최근 10% 넘게 급등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원재료비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그간 억제해온 치킨 가격 인상 압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닭고기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지목된다. 하림 측은 생계 가격 상승분을 공급가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AI 확산으로 인해 육용 종계 살처분이 급증했고, 이동중지 명령 등의 방역 조치가 겹치면서 공급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AI 확산으로 닭고기용 병아리를 생산하는 부모 닭인 '육용 종계'의 피해가 컸다. 살처분 규모는 약 44만 마리로, 전년 동기(12만 마리) 대비 3.5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육용 종계 사육 마릿수인 820만 마리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육용 종계의 AI 발생 건수 또한 2건에서 7건으로 늘었다.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사료 가격 인상까지 겹치며 생산비 부담을 더욱 키웠다.
지표상으로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위탁 생산된 닭의 산지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8.4% 올랐다. 업체가 마트와 프랜차이즈에 넘기는 도매가격은 지난 27일 기준 1kg당 4,256원으로 한 달 전(3,987원)보다 6.7% 상승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가격은 상승 폭이 더 크다. 이달 넷째 주 닭고기 주간 평균 소매가격은 1kg당 6,612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올해 들어서만 15.8% 오른 가격이다. 주간 평균가가 6,500원을 넘어선 것은 2023년 6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수요 급증에 대비해 부화용 유정란인 육용 종란 800만 개를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수입해 수급 조절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초복 등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