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 심의회를 통해 리벨리온에 25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한 K-엔비디아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이번 결정은 첨단 전략산업 기금이 직접 투자를 집행하는 첫 사례로 민간 자금을 포함해 총 6000억 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어 최첨단 제조공정을 활용한 양산과 차세대 칩 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개최된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 심의회에서 리벨리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산 및 차세대 반도체 개발사업에 대한 직접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리벨리온은 2020년 창업 이후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과 반도체 생태계 펀드 지원을 통해 성장해온 신경망처리장치(NPU)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이번 투자는 증자 전 기업가치 약 2.7조 원을 인정받은 리벨리온이 발행하는 60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일정 조건에서 투자금을 돌려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원은 첨단 전략산업 기금 2500억 원과 민간 투자자 자금 3500억 원 (산업은행 본체 500억 원, 미래에셋 등 3000억 원)으로 구성된다.
리벨리온이 개발한 2세대 칩 리벨100(Rebel100)은 초대형 데이터센터인 하이퍼 스케일러를 겨냥한 제품으로 올해 7월 양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칩은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탑재했으며 여러 칩을 연결하는 첨단 칩렛(Chiplet)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연산 처리량과 전력 효율성을 높였다. 리벨리온은 2022년 1세대 칩 아톰(ATOM) 개발에 이어 2024년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며 몸집을 불렸고 최근 에이닷(A.) 통화 요약 서비스 등에서 국산 NPU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투자는 금융위원회가 2025년 12월 발표한 1차 메가 프로젝트 7건 중 네 번째로 승인된 사업이다. 앞서 1월에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승인되었고 2월에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울산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공장 구축과 삼성전자의 평택 5라인 AI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 각각 승인된 바 있다. 메가프로젝트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 전력 반도체 생산공장 등을 포함하며 총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가 이토록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 의지가 깔려 있다. 가트너 조사 결과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818억 달러에서 2029년 3902억 달러로 연평균 33%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학습용 시장을 넘어 실제 서비스 구현을 위한 추론용 반도체 시장이 상용화 초기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저전력·저발열 특성을 갖춘 국산 NPU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시점이다. 리벨리온에 제공되는 장기 인내 자본은 높은 개발 비용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초기 벤처기업이 겪는 자금난) 구간을 극복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정부와 금융권은 이번 직접 투자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가 설계하고 국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제조하는 전 과정 국산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외부 의존 없이 데이터와 인프라를 스스로 통제하는 소버린(Sovereign) AI 역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