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부담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의 차량이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기름값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을 전 유종 기준 210원씩 인상하면서 주유소 판매가격도 다시 리터당 2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름값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운전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고 일부 주유소에는 차량이 몰리거나 가격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 정보 앱 접속이 지연될 정도로 실시간 가격을 확인하려는 수요 역시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2차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적용되는 석유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1차 최고가 대비 210원씩 높아졌다. 유류세 인하 확대 등으로 일부 상승 폭이 억제됐지만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추가 인상 압력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시선이 쏠리는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쓰는 가스차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지만 최근처럼 기름값 부담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유류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한때 택시·렌터카 중심…지금은 누구나 구매 가능
가스차는 휘발유나 경유 대신 LPG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이다. LPG는 차량 내 탱크에는 액체 상태로 저장됐다가 엔진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기체로 변환돼 연소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본 구조는 일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LPG 차량은 오랫동안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용 차량 등 특정 수요층을 중심으로 보급돼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낯선 선택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9년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일반인도 LPG 차량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됐고 이후 승용차 시장에서도 선택 가능한 연료 가운데 하나로 점차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신차 시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LPG 모델이 꾸준히 출시되는 데다 경유차 수요가 줄고 디젤 모델의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1톤 트럭 같은 상용차 시장에서도 LPG 사양이 새롭게 추가되는 모습이다.

◈ 세금도 다르고 공급도 다르다… LPG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유
가스차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연료 가격 구조가 있다.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면서 휘발유와 경유의 세 부담을 낮췄지만, LPG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국면에서도 LPG가 휘발유·경유보다 저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급 구조도 다르다. 휘발유와 경유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연료인 만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처럼 국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 가격 변동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쉽다. 반면 LPG는 미국과 아프리카, 북해 등 비교적 다양한 지역에서 공급된다. 국내 역시 북미산 비중이 큰 편이라 중동발 불안이 곧바로 LPG 수급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 가격 차이를 살펴보면 지난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으로 전국 평균 가격은 휘발유 1835.70원, 경유 1831.77원, LPG 1011.44원으로 집계됐다. LPG는 휘발유·경유보다 약 800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 같은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연비 10km/L인 휘발유 차량과 연비 8km/L인 LPG 차량에 각각 60L를 주유한다고 가정할 때 (LPG 차량의 연비가 통상 휘발유 차량보다 20~25%가량 낮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한 계산) 휘발유차는 약 11만 140원으로 600km를 달릴 수 있고 LPG차는 약 6만 686원으로 480km를 주행할 수 있다. LPG차가 한 번 충전으로 가는 거리는 더 짧지만 주유 비용은 약 5만 원가량 낮아 실제 유류비 부담은 더 적은 셈이다.
같은 거리를 기준으로 봐도 격차는 여전하다. 600km를 주행하려면 연비 8km/L인 LPG차는 75L가 필요해 약 7만 5860원이 든다. 연비 차이를 고려해도 동일 거리 기준에서는 LPG가 약 3만 원 이상 저렴한 구조다.
◈ 유럽에서 ‘저비용 탄소감축’ 수단으로 부상
유럽에서도 LPG 차량이 탄소 배출 규제 강화 속에서 대안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 LPG 협회인 세계액화가스협회(World Liquid Gas Association·WLGA)가 지난해 발표한 ‘Statistical Review of Global LPG’ 등에 따르면 유럽에는 1000만 대 이상의 LPG 차량이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란드와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LPG 차량 보급이 활발한데, 폴란드액화가스협회(POGP)가 2025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두 국가는 유럽연합(EU) 전체 LPG 차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부 국가에서는 LPG 차량이 이미 대중적인 연료 선택지로 자리 잡았고 연료비 부담과 세제 혜택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장점은 분명하지만 한계도
여기에 LPG 차량은 전기차나 수소차와 비교해 충전 시간이 짧고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친환경차 수요가 커지고는 있지만, 전기차와 수소차는 여전히 충전 인프라와 충전 시간 측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반면 LPG 차량은 비교적 짧은 충전 시간으로 곧바로 운행할 수 있어 실사용 편의성에서 강점을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장점이 거론된다. LPG는 비교적 깨끗하게 연소되는 연료로 평가돼 엔진오일 오염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 때문에 차량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배출가스 측면에서도 디젤차보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이 적다. 일부 LPG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저공해자동차 분류 기준을 충족해 ‘3종 저공해차’로 분류되어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등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단점도 있다. 우선 같은 차급의 휘발유 차량보다 출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상 주행에서는 큰 차이가 없더라도 급가속이나 오르막, 고속 주행 구간에서는 힘이 모자란다고 느낄 수 있다. 연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연료 단가는 저렴하지만 같은 양을 넣었을 때 주행거리가 더 짧아, 결과적으로 휘발유 차량보다 더 자주 충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충전 편의성도 변수다. 국내 LPG 충전소는 주유소만큼 촘촘하게 보급돼 있지 않아 지역에 따라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잦거나 이동 동선이 일정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불편 요소다. 차량 구조상 적재 공간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LPG 차량은 연료비 절감이라는 장점이 뚜렷하지만 성능과 연비, 충전 편의성 면에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는 선택지다.
이처럼 고유가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연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가 친환경성과 유지비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충전소 보급 수준과 충전 속도, 초기 구매 비용 등은 여전히 적지 않은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다.
디젤차는 환경 규제와 소비자 인식 변화로 선택지가 좁아졌고, 휘발유차는 기름값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물론 LPG 차량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연비와 출력, 충전 편의성 등 따져봐야 할 요소도 분명하다. 다만 최근과 같은 고유가 국면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LPG 차량의 장단점을 자신의 운행 거리와 주행 환경, 차량 구매 여건에 맞춰 비교해보는 것이 한층 중요해졌다. 어떤 연료가 더 유리한지는 결국 소비자마다 다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대안을 함께 놓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