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되자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대폭 확대해 서민 경제 부담 완화에 나선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이번 비상 경제 대응 방안은 현 상황을 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오는 27일부터 휘발유 15%, 경유 25%로 인하율을 높여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2월 말 배럴당 72.5달러 수준이었으나 전쟁 발발 이후 한때 103.4달러까지 치솟으며 4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 13일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였으나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휘발유는 리터당 1800원대, 경유는 1900원대에 육박하며 서민과 소상공인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기존 유류세 인하 조치를 5월까지 연장하고 그 폭을 넓히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면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은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상향 조정된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5원, 경유 가격은 87원의 추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율 조정 후 리터당 유류세는 휘발유 698원, 경유 436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산업과 물류 현장에 필수적인 경유의 인하 폭을 더 크게 설정해 물류비 상승이 민생 물가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번 유류세 확대 인하 조치는 행정 절차상 공포일이 4월 1일로 예정되어 있으나 3월 27일 반출분부터 소급 적용을 실시한다. 국무회의 상정 등 법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발생하는 시차로 인해 국민들이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소급 적용 기간 내 반출·수입 신고분에 대해서는 세액을 환급하거나 공제해 주는 방식을 취한다. 선박용 경유에 대해서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추가 적용해 해운 업계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화물차와 버스 운송 사업자를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화물차와 버스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유가 연동 보조금의 한시적 지급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여 4월까지 적용한다. 만약 경유 가격이 리터당 1961원을 상회하여 지급 한도인 183원에 도달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알뜰주유소에 대해서는 정유사와의 협의를 통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고가 판매 주유소를 대상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시장 관리 수위를 높인다.
에너지 수급 관리 차원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2400만 배럴 등 대체 수입선 확보에 주력하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공동 행동에 따라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 준비를 마쳤다. 에너지 비상 대응반을 가동해 일일 점검을 시행하는 동시에 원전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석탄 발전소의 폐지 시기를 연장하는 등 공급 능력을 최대한 확충한다.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부문은 승용차 5부제를 엄격히 단속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지역별 인센티브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정부는 이번 대응을 위해 초과 세수를 활용한 25조 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취약계층과 지방 경제에 집중 투입한다. 고유가 타격이 큰 취약계층에게는 지역화폐 등을 통해 직접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민생 물가 안정팀을 신설하여 공산품과 가공식품 등 234개 품목을 특별 관리한다. 상반기 중에는 중앙과 지방의 공공요금 동결을 원칙으로 하여 서민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 감소를 방어하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