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아닌 억새…조선왕릉 중 이곳만 억새로 덮인 ‘특별한 이유’

2026-03-25 11:27

한식날 이어지는 전통 제례…억새 베고 고하는 ‘청완 예초의’
시민도 참여 가능…제관 6명 선착순 모집 진행

한식날,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능에서 특별한 전통 의식이 열린다.

태조 건원릉 억새 / 위키트리 정혁진
태조 건원릉 억새 / 위키트리 정혁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는 다음달 6일 한식을 맞아 오전 9시 30분부터 경기 구리 동구릉 내 건원릉에서 봉분을 덮은 억새를 베는 ‘청완 예초의’를 거행한다고 25일 밝혔다.

건원릉은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이 억새로 덮인 능이다. 조선왕조실록과 관련 기록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가 생전에 고향인 함흥의 억새를 옮겨와 무덤을 조성하라고 유언을 남겼고 그 뜻이 반영된 결과다. 이후 매년 한식날마다 봉분의 억새를 베는 예초가 이어졌고 오늘날까지 전통 의식 형태로 계승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봉분의 억새를 유지하기 위한 별도 재배 체계도 이어지고 있다. 능 아래에는 억새 재배지가 마련돼 있으며 봉분에서 채취한 씨앗을 발아시켜 기른 뒤 보식에 활용한다. 한식날 예초 이후 빈 곳이 생기면 이곳에서 키운 억새를 옮겨 심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지며 해마다 씨앗을 이어가는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 한식날 열리는 청완 예초의…시민 제관 참여하고 동구릉도 특별 개방

청완 예초의는 봉분 위 억새를 베는 예초의와 그 사실을 알리는 고유제로 진행된다. 고유제는 국가나 사회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그 사유를 신령에게 고하는 제사로 조선왕릉 의례의 일부다. 행사 이후에는 제향 음식이 배부돼 관람객도 전통 제사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청완예초의 거행 모습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청완예초의 거행 모습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행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시민이 직접 제관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고유제에 참여할 제관은 성인 대상 선착순 6명을 모집하며 신청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진행된다.

행사 당일은 월요일로 평소라면 동구릉이 휴관하는 날이지만 이번 행사에 맞춰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 동안 특별 개방된다. 방문객은 평소보다 한산한 시간대에 왕릉을 둘러보며 전통 의식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조선왕릉의 역사적 의미와 전통 의례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가을에만 열리는 ‘건원릉 능침’ 특별 개방

가을철 건원릉에서는 한식날 열리는 청완 예초의와는 별도로 능침 특별 개방 행사도 운영되고 있다. 평소에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능침 공간을 일정 기간 일반에 열어 억새로 덮인 봉분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태조 건원릉 억새 / 위키트리 정혁진
태조 건원릉 억새 / 위키트리 정혁진

건원릉은 조선왕릉 가운데서도 봉분 전체가 억새로 덮인 독특한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특별 개방은 그런 건원릉의 상징성을 계절감과 함께 더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한식에는 억새를 베는 전통 의식이 강조된다면 가을 개방 기간에는 무르익은 억새가 만들어내는 장관 자체가 또 하나의 볼거리다.

현장에서는 왕릉 해설사의 설명도 함께 제공돼 태조 이성계와 건원릉의 조성 배경, 봉분에 억새가 입혀지게 된 사연, 조선왕릉 안에서 건원릉이 지닌 상징성까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평소 제한된 공간을 직접 마주하는 현장감에 해설까지 더해져 동구릉을 훨씬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건원릉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