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악명을 떨친 박왕열(48)이 2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된 후 취재진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 씨는 이날 오전 2시 35분경 필리핀 앙헬레스를 출발해 약 4시간 만인 오전 6시 41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7시 11분경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박 씨는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수갑을 찬 채 호송관들과 함께 이동했다.
박 씨는 팔뚝 문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평상복을 입었으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수척한 얼굴이었다. 그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고개를 든 채 시종일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 씨는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했나’, ‘마약 혐의 인정하나’ 등 기자들의 쏟아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그를 둘러싼 취재진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치자 "너는 남자도 아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박 씨의 행적은 '악의 연대기' 그 자체다.
국내 수산물 유통회사 대표였던 박 씨는 2011년 1만207명에게서 1조960억원을 가로챈 다단계조직 IDS홀딩스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박 씨는 2016년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도주해 온 한국인 3명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그러다 같은 해 10월 지인과 공모해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이들 3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현지에서 살인죄로 수감된 후 두 차례 탈옥을 반복했다 붙잡힌 박 씨는 2020년 필리핀 사법당국으로부터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다시 수감된 박왕열은 마약 유통업자로 탈바꿈했다. 텔레그램 활동명 '전세계'로 등장한 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국내에 마약을 대거 유통했다.
박 씨가 수감된 필리핀 교도소는 돈만 있으면 약과 식료품, 옷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VIP'로 대접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의 호화 교도소 생활은 결국 청와대까지 개입하며 막을 내리게 됐다. 박 씨의 국내 송환은 이달 초 필리핀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직접 박 씨의 임시 인도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도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계속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박왕열이라는 사람이 있다"며 "교도소로 애인을 불러 논다고 하던데 한국에서 이 사람을 수사해서 처벌해야 되겠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임시 인도는 국내에서 형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해외에서의 재판이나 형 집행을 잠시 중단하고 범죄자를 송환하는 제도다. 국내에서 형이 확정되면, 박 씨는 먼저 필리핀에서 남은 형기를 마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복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