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제치고 선점…탈중국 수직계열화 1호 완성시킨 '이곳'

2026-03-24 17:49

중국 독점 깬 삼성SDI, 엘앤에프와 1조 6천억 LFP 양극재 계약

삼성SDI가 국내 소재 기업 엘앤에프와 대규모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으며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공급망 탈중국화를 본격화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이번 계약은 단순한 소재 확보를 넘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인 해외우려기관(FEOC, 미국 정부가 지정한 안보 위협 국가의 자본이 투입된 기업) 규제에 대응하고 북미 현지 생산 체계를 완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24일 엘앤에프와 1조 6천억 원 규모의 ESS용 LFP(리튬·인산·철을 주원료로 삼아 가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높은 배터리)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3년간 확정 물량을 공급받고 이후 3년은 우선 공급권을 갖는 옵션 구조다. 확보된 양극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로 향한다. SPE는 최근 북미 전력망 시장의 급성장에 맞춰 기존 전기차용 생산 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공정을 진행 중이다. 올해 4분기부터는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함량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삼원계 배터리)와 더불어 LFP 배터리 양산이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LFP 양극재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SDI가 국내 업체인 엘앤에프를 파트너로 낙점한 배경에는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비중국산 배터리 광물과 부품 사용을 강제함에 따라 국산 소재 비중을 높이는 것이 북미 시장 수주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8월 중국 외 기업 중 최초로 LFP 양극재 전용 설비 투자를 결정하고 연간 6만 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며 삼성SDI의 요구 조건에 대응해 왔다.

삼성SDI의 이번 행보는 최근 북미 지역에서 거둔 대규모 수주 실적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말 미국 대형 에너지 개발사와 2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중순에도 1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확정 지었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설계 기술이 북미 ESS 운영사들의 신뢰를 얻은 결과로 본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을 쌓아 올리는 스태킹 공법을 고도화한 프리즘스택(PrismStack)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한편 화재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삼성SDI와 엘앤에프, 양극재 공급 계약 / 삼성SDI
삼성SDI와 엘앤에프, 양극재 공급 계약 / 삼성SDI

기술적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No TP(No-Thermal Propagation, 특정 셀에서 발생한 열이 주변 셀로 번지는 현상을 차단하는 설계)와 EDI(Enhanced Direct Injection, 화재 감지 시 모듈 내부에 소화액을 직접 분사하는 장치)가 핵심이다. 전력 저장 용량이 큰 ESS 특성상 한 번의 화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독자적인 안전 솔루션으로 정면 돌파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이달 초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이러한 차세대 ESS 라인업을 공개하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SDI가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국내 생태계 안에서 완성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품질과 안정성이라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엘앤에프와의 협력을 통해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북미 시장의 전력 수요 급증과 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로 ESS 시장의 규모가 매년 20~30% 이상 성장하는 상황에서 국산 공급망의 조기 안정화는 향후 수주전에서 결정적인 비교우위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북미 내 ESS 전용 생산 라인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내부적으로는 이번 공급 계약이 LFP 배터리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던 포트폴리오를 저가형인 LFP까지 확장함으로써 중저가형 전기차와 ESS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대응 체계를 갖추게 됐다. 회사 측은 소재 시장의 탈중국화 추세에 맞춰 선제적으로 국내 업체와 손을 잡은 만큼 북미 내 비즈니스 기회를 더욱 공격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