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료 불안 여파로 종량제봉투까지 사재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비닐과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포장재를 넘어 쓰레기 종량제봉투까지 품귀 조짐이 나타나며 시민 불안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 “없어서 못 산다”…종량제봉투 찾아 마트 도는 사람들
종량제봉투를 미리 사두려는 글은 온라인에서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작은 사이즈는 이미 재고가 없고 공식몰에서도 품절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혹시 모르니 조금은 사둬야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20리터 종량제봉투 40장을 구매한 뒤 “아직은 크게 사재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어차피 물가 인상으로 더 비싸질 수 있어 오늘이 가장 싼 가격일 것 같다”고 적었다.
집 근처 마트를 돌며 봉투를 샀다는 글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종량제봉투가 생각나 방금 전에도 주변 마트를 한 바퀴 돌았는데 품절이었다”며 “손님들 물건 담는 용도로 쓰는 10리터 봉투만 조금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주문해 받아오던 물량도 현재는 추가 주문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닌 끝에 남은 물량을 나눠 샀다는 사례도 나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집 근처 마트 4곳을 돌았는데 2곳은 재고가 없었고 나머지 2곳에서 반반 나눠 샀다”며 “직원도 갑자기 종량제봉투를 찾는 사람이 많아 의아해했다”고 적었다. 온라인에선 이런 식의 구매 후기와 품절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불안 심리를 더 키우는 모습이다.
비닐 제품 품절 사례도 온라인에서 함께 공유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자주 쓰던 비닐 제품을 공식몰에서 확인해보니 이미 품절된 상품이 많았다”며 “다른 제품도 빠르게 재고가 줄고 있어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특정 브랜드를 넘어 비닐 제품 전반에서 품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관련 제품으로 불안이 번지는 모습이다.

◈ 나프타 재고 10~15일 수준…포장재·페트병 가격 인상 우려
24일 관련 업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종량제봉투 품귀 우려의 중심에는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가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각종 비닐과 플라스틱, 식품 포장재 생산에 폭넓게 사용된다. 특히 국내로 들어오는 나프타 물량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구조여서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질 경우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나프타 재고는 약 10~15일 수준으로 원유 재고 약 60일분과 비교하면 훨씬 짧다. 최근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에서는 중동 전쟁 직후 응답 기업 37곳 중 71.1%가 공급사로부터 합성수지 공급 축소 또는 중단 가능성을 안내받았고 92.1%는 원료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미 가격을 최대 60%까지 올린 사례도 거론된다.
여파는 생활필수품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는 라면과 즉석식품 등에 쓰이는 포장재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음료업계도 페트병 원료 가격 상승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금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약 3개월 뒤 납품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1인당 2개만”…구매 제한 소식에 더 커진 불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종량제봉투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한 사람당 두 개밖에 못 산다”는 문구와 함께 구매 제한 상황을 전했고 또 다른 글에서는 직원이 직접 결제를 관리하며 수량을 통제하고 있다는 내용도 공유됐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재고를 오래 버티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오히려 불안 심리를 자극해 더 많은 사람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는 구매 제한 조치 이후 종량제봉투 판매량이 2주 전보다 110% 늘었다는 사례도 전해졌다.
정부와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종량제봉투 재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프타 수출 제한과 대체 수입선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급망지원센터를 통해 생활 밀접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품귀를 넘어 생활 전반으로 영향을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포장재와 비닐 제품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 물가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