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 세계 공급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전라남도가 북미 시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신흥 경제 거점으로 급부상 중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과감히 뱃머리를 돌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머쥐었다. 치밀한 사전 분석을 바탕으로 중남미 핵심 국가인 멕시코와 페루의 심장부를 타격한 결과, 단숨에 48억 원 규모의 수출 활로를 뚫어내는 쾌거를 달성했다.
◆'맨땅에 헤딩'은 옛말… 코트라와 손잡고 '원샷원킬' 마케팅
이번 중남미 원정대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맞춤형 타겟팅'에 있다. 전남도는 코트라(KOTRA) 광주전남지원본부와 전략적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알짜 기업 7곳을 정예 멤버로 선발했다. 이들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현지 유력 바이어들과 최소 두 차례 이상 심도 있는 온라인 사전 미팅을 진행하며 신뢰를 쌓았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현지 도착 직후 즉각적인 계약 논의가 가능하도록 판을 미리 깔아둔 이른바 '사전 기획형 마케팅'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단열재·친환경 비료·방역기… 중남미 인프라 홀린 '메이드 인 전남'
전략적 접근은 곧장 323만 달러(약 48억 원) 규모의 업무협약(MOU) 체결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북미 진출의 전초기지인 멕시코시티에서는 경향산업이 단열재와 보온재로 1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렸고, 봉강친환경은 유기질 비료로 10만 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페루 리마에서의 성과는 더욱 눈부셨다. 경향산업이 200만 달러의 대규모 협약을 추가로 끌어냈으며, 벡터네이트(방역기) 10만 달러, 봉강친환경 3만 달러 등 굵직한 협약표에 도장이 찍혔다.
◆K-푸드부터 첨단 IT까지… 잠재력 터진 후발 주자들
당장 도장이 찍힌 MOU 외에도 중남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전남 기업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김 등 수산가공식품을 앞세운 대륙식품과 액상차의 매력을 알린 녹차원, 서광식품 등 K-푸드 기업들은 현지 바이어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여기에 유선통신장비 기술력을 선보인 고려오트론 역시 페루 등지의 통신 인프라 수요와 맞물려 긍정적인 수출 상담을 마쳐 향후 대규모 본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종이 쪼가리 협약은 가라"… 수출 선적 띄울 때까지 '밀착 마크'
MOU가 단순한 '양해 각서' 수준에서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남도는 강력한 사후 관리 시스템을 가동한다. 현지 코트라 무역관과 핫라인을 유지하며 바이어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후속 미팅 주선부터 최종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지자체가 직접 밀착 마크할 예정이다.
신현곤 전남도 국제협력관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기존 무역 루트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멕시코와 페루 등 중남미는 전남의 수출 지도를 넓혀줄 핵심 돌파구”라고 평가하며, “지역 기업들이 낯선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완벽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