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4명' 대전 공장 대표 "나가버려 이 XX들아”, “물 내리는 돈도 아까워"

2026-03-23 21:57

폭언 일상이었다는 주장 나온 공장, 14명 사망 참사 예견됐나

사망자가 14명이나 나온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 참사 이후, 희생자 유족 앞에서 사과했던 업체 대표를 둘러싸고 평소 직원 대상 폭언과 인격 모독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서울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해당 공장을 운영하는 안전공업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손주환 대표가 직원들을 향해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 속에서 그는 “이 XX들이 정신나간 짓거리를 하고 말야”, “몇 번을 얘기하는데 이 XX들 딴짓하고 있냐”, “나가버려 이 XX들아”, “뭐하러 회사 출근하냐”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직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23일 경찰·대전노동청 관계자들이 화재로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안전공업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가 23일 경찰·대전노동청 관계자들이 화재로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안전공업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이 같은 발언은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간 반복돼 왔다는 내부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당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 중인 A씨는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대표의 고함과 질책을 들어야 했다”며 “‘볼일 보고 물 내리는 비용도 아깝다’, ‘컴퓨터 전기세가 아깝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같은 모욕적인 말이 일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는 특정 직원을 겨냥해 ‘생각이 없으면 왜 사느냐’는 식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직 분위기 속에서 일부 중간 관리자급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퇴사를 염두에 두고 육아휴직을 선택할 정도로 근무 환경이 악화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압적인 조직 문화가 안전 관리 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씨는 “입사 이후 크고 작은 화재를 30건 넘게 겪었다”며 “경보가 울리면 전문 대응 인력이 아니라 사무직 직원들이 직접 현장으로 뛰어가는 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이 아닌 즉흥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집진 설비 역시 장기간 교체되지 않은 노후 장비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에서는 해당 설비가 15년 이상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측이 유증기 관리와 설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해 23일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 관계 기관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해 23일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 관계 기관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사고를 두고 “언젠가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고”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대표 승인 없이는 업무 진행이 어려운 구조였지만, 안전 관련 문제에는 관심이 낮았다”며 “일관성 없는 지시가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손 대표는 사고 이후 이틀째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이어갔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드릴 말씀이 없다. 유족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만 손 대표 측은 현재까지 관련 의혹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 휴대전화가 압수수색되면서 외부 연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22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경찰, 소방, 안전보건공단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22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경찰, 소방, 안전보건공단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한편 이날 중앙일보가 단독보도한 내용 또한 충격적이다.

화재로 부상을 입은 직원의 가족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과거 공장에서 불이 나 119에 신고했다가 상사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은 화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반복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장에 근무 중인 또 다른 직원 B씨도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그는 “화재가 종종 발생했고, 불이 커져 소방서가 출동한 적도 있었다”며 “규모가 작은 불은 신고하지 않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끄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화재 발생이 잦아지면 감독이 강화되는 등 불이익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서울신문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