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너무 부족해"…직접 반도체 공장 짓겠다는 머스크의 '미친 스케일'

2026-03-23 16:47

머스크의 테라팹, 반도체 산업 판도를 뒤바꾸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우주 산업에 필요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테라팹 전략을 발표하며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 테스트를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파운드리 기업의 생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연간 1테라와트 규모의 연산력을 확보하고 생산 물량의 80%를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에 배치해 지구와 우주를 잇는 거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일론 머스크 / 유튜브 '오늘의 테슬라 뉴스'
일론 머스크 / 유튜브 '오늘의 테슬라 뉴스'

테라팹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일체형 제조 시설이다. xAI의 역량을 투입해 제조 공정 자체를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AI자가 강화 루프를 구축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반도체 설계와 실제 제조, 개별 칩을 묶는 패키징, 최종 품질 테스트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한다. 기존 반도체 산업이 설계 전문 팹리스와 위탁 생산 전문 파운드리로 분화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머스크는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존 협력사들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현재 생산 확장 속도로는 급격히 팽창하는 테슬라와 우주 산업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계획의 핵심은 연간 1테라와트(TW)급 인공지능 컴퓨팅 파워 출력 확보에 있다. 이는 현재 운영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의 처리 능력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생산된 반도체는 지상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에 공급된다. 주목할 점은 전체 생산량의 80%를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우주 궤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보낸다는 대목이다.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지상의 전력 수급 문제와 냉각 효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목된다.

제조 공정 측면에서는 2나노(nm, 10억 분의 1미터 단위의 초미세 회로 선폭) 공정 수율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선폭이 좁아질수록 반도체의 전력 효율과 연산 속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만 제조 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머스크는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필수 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급 문제와 현실적인 공정 안정화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물리적 장벽이 높음에도 강행하는 배경에는 인재 확보라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유인하기 위해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인적 자원을 독점하겠다는 포석이다.

테라팹 발표 중인 일론 머스크  / 유튜브 '오늘의 테슬라 뉴스'
테라팹 발표 중인 일론 머스크 / 유튜브 '오늘의 테슬라 뉴스'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는 지상의 부지를 확보 난황과 막대한 전력망 구축에 따른 환경 규제 문제를 단숨에 우회하고, 거대 언어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우주 공간에서 실시간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링크 위성망과 결합해 전 세계 어디서든 고성능 인공지능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테라팹에서 생산되는 칩은 우주의 극심한 온도 변화와 방사선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제조와 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외부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테라팹 전략이 실현될 경우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단순한 부품 수급을 넘어 컴퓨팅 자원 자체를 무기화하는 기업의 등장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공급망의 완전한 통제는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제품의 최적화 속도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만 장비 도입의 정치적 리스크와 막대한 초기 자본 투입은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남는다. 머스크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제조 선언을 넘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제조 역량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