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운전자가 수면내시경 검사 후 운전하다가... 오늘 벌어진 일

2026-03-23 15:35

"말로만 듣던 일이 주변에 일어나다니"

수면 내시경을 받은 80대 노인이 차를 몰다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페 CCTV 영상을 캡처한 사진. / SLR클럽
수면 내시경을 받은 80대 노인이 차를 몰다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페 CCTV 영상을 캡처한 사진. / SLR클럽

수면 내시경을 받은 80대 노인이 차를 몰다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카페 주인의 지인이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에 처참하게 부서진 가게 내부를 담은 사진을 올리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인 오전 11시에 발생한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카운터 알바생이 찰과상을 입는 데 그치고 더 큰 인명 피해는 면했다. 차량이 덮친 테이블에 군인 3명이 앉아 있었는데, 테이블을 치우는 사이에 사고가 발생해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글쓴이는 "말로만 듣던 일이 주변에 일어나다니"라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글쓴이는 후배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사고를 수습 중인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80대 노인이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그는 이날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고 마취가 채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비몽사몽 상태로 액셀을 밟았다고 본인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내시경을 받은 80대 노인이 차를 몰다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SLR클럽
수면 내시경을 받은 80대 노인이 차를 몰다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SLR클럽

이번 사고는 수면 내시경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수면 내시경에는 프로포폴(마취제)이나 미다졸람(최면진정제) 같은 의료용 마약류가 사용된다. 의식이 돌아온 것처럼 느껴져도 몽롱한 상태가 장시간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어떻게 집에 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수면 내시경 당일 운전은 물론 집중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모든 활동을 삼갈 것을 공식 권고하고 있다.

의료계는 수면 내시경 후 운전을 음주운전과 동일하거나 음주운전보다 위험하게 본다. 음주 상태에서는 최소한 눈이라도 뜨고 있지만, 수면 마취 약물은 본인도 모르게 의식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면 내시경 후 운전하다 의식을 잃어 대형 트레일러 밑으로 파고든 사고, 부부가 함께 귀가하다 사망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수면 내시경 검사 당일엔 절대 운전하지 않아야 한다. 비교적 빨리 회복된다고 알려진 프로포폴조차 정상적인 행동이 어려운 상태, 즉 '수행 장애'가 최대 12시간 지속될 수 있다. 의식이 돌아왔다고 해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이 착각이다. 마취제의 특성상 판단력 자체가 떨어져 있기에 멀쩡하다고 느끼는 동안 실제로는 위험한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대중교통이나 보호자의 차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일뿐 아니라 다음 날까지 무리한 활동을 피해야 한다. 약이 체내에 미량 남아 있을 수 있어 운전은 물론 칼이나 절단기 등 날카로운 도구를 다루는 작업, 중요한 결정이나 계약, 과격한 운동도 삼가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하루 정도는 완전한 안정을 권한다.

이번 사고는 고령 운전자 문제라는 더 큰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 1072건에서 2024년 4만 2369건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고령자 사고 비중은 14.8%에서 21.6%로 뛰었다. 2005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정부와 지자체는 면허 자진 반납 제도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70세 이상이 면허를 반납하면 20만 원짜리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1명이 반납할 때마다 연간 약 42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아직 미흡하다. 2024년 기준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2%에 그친다. 고령 운전자의 55%는 반납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해진다", "일상생활에서 운전이 필수적이다"는 이유에서다. 지방 거주 고령자들에게 운전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면허 반납을 넘어선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고령·비고령 운전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고령 운전자의 64%가 가장 필요한 안전대책으로 '운전 적성검사 시 적합성 평가 강화'를 꼽았다. 비고령 운전자(48%)보다 오히려 더 높은 수치였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