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에 맡겨진 채 방치된 자녀가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부양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40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23일 한겨레가 단독보도한 사연이다.
법원은 부모의 양육 의무가 자녀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본질적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미성년 시기에 제공되지 않은 부양에 대해서도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일반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자녀가 직접 부양료를 청구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설 보호를 받은 경우까지 법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 처음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어머니인 B씨 측은 소멸시효를 이유로 책임을 부인했다. “자녀가 성년이 된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청구는 양육자가 아닌 자녀 본인이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본래적 부양청구’에 해당한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또한 가족관계증명서상 모자 관계가 최근까지 제대로 등재되지 않았던 사정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해 “과거 부양료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그간 겪어온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어머니가 기재돼 있지 않아 직장 생활을 하며 주변의 시선을 많이 받았고, 이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이후 별도의 친자 확인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모자 관계를 인정받았고, 이를 근거로 부양료 청구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A씨는 이번 판결이 유사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하나의 기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립준비 청년 중에서도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충분함에도 방치된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부양료 청구 소송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재혼 등 개인적 사유로 자녀를 시설에 맡기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모들에게 경고가 되었으면 한다”며 “자녀가 성장한 뒤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금전 지급을 넘어, 부모의 양육 책임이 시간의 흐름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시설 보호 아동 역시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향후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