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재 사건..."과거 공장에 불이 나 119에 신고했지만, 상사한테 혼났다"

2026-03-23 14:41

반복된 소화 관행이 부른 재앙, 화재 신고 억압의 대가
예견된 위험을 방치한 공장, 구조적 안전 관리 부실의 결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해, 평소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반복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3일 중앙일보다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화재로 부상을 입은 직원의 가족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과거 공장에서 불이 나 119에 신고했다가 상사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은 화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반복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왼쪽)와 임직원들이 22일 오전 10시30분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공장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 뉴스1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왼쪽)와 임직원들이 22일 오전 10시30분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공장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 / 뉴스1

현장에 근무 중인 또 다른 직원 B씨도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그는 “화재가 종종 발생했고, 불이 커져 소방서가 출동한 적도 있었다”며 “규모가 작은 불은 신고하지 않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끄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화재 발생이 잦아지면 감독이 강화되는 등 불이익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반복된 화재 경험이 오히려 위험 인식을 둔화시켜 초기 대응을 늦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당 공장은 절삭유 등 유류를 다량 취급하는 사업장으로, 화재 발생 시 확산 위험이 큰 환경이다.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에 쌓인 기름때와 절삭유 등이 불길을 키운 요인으로 보고 있다.

현직 직원 역시 작업 환경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가공 과정에서 불꽃이 튀고, 집진기를 통해 불꽃이 이동하다가 불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뛰어가 진화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해 23일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 관계 기관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7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해 23일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와 국립과학수사원 등 관계 기관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노동조합 측은 이러한 상황이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황병근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산업안전보건회의 등에서 사측에 집진 설비와 환경 시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며 “특히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과거 근무자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급여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현장에 오일 미스트가 많다는 점이 문제”라고 언급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바닥에 기름이 많아 미끄러워 이동할 때마다 중심을 잡느라 무릎에 부담이 간다”고 적었다.

화재 당시 경보 체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 당일인 20일 오후 1시 17분쯤 사이렌이 울렸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를 평소 잦았던 오작동으로 인식해 즉각 대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감지기 설치는 의무지만, 오작동 발생 시 교체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고 점검 후 교체를 권고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뉴스1
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 같은 상황이 겹치면서 이번 사고가 단순한 우발적 화재가 아닌, 구조적인 안전 관리 문제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대전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우리 사원들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밝혔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