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 쿠킹이 발행하는 '페이지어데이(Page-A-Day)' 달력의 3월 21·22일자 주말판 레시피로 한국의 '계란밥(Gyeran Bap)'이 선정됐다.
뉴욕타임즈 요리 캘린더는 “뭐 해먹지?” 고민에 신선한 해답을 줄 때가 종종 있는데 이번 주말 추천요리는 무려 ”기예롼 밥“ pic.twitter.com/u5dWBuUXaM
— 이상희 (@SangHeeFLee) March 22, 2026
달력에는 흰 바탕에 세리프체(글자 획의 끝에 작은 부리가 있는 서체. 전통적이고 우아하며 가독성이 높아 인쇄물에 많이 쓰인다)로 'Gyeran Bap(Egg Rice)'이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박혀 있고, 달걀노른자가 탐스럽게 올라간 계란밥 한 그릇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달력 하단에는 'SAT/SUN, March 21 & 22, 2026'이라는 날짜가 붉은 바탕 위에 굵직하게 인쇄돼 있다.
NYT 쿠킹 페이지어데이 달력은 뉴욕타임스의 요리 전문 플랫폼 'NYT 쿠킹'이 매년 출간하는 일력 형태의 요리 달력이다. 하루하루 페이지를 넘기면 계절 재료를 활용한 식사, 사이드 디시, 스낵, 디저트 등 엄선된 레시피가 하나씩 등장하는 구성이다. 미국에서 요리를 즐기는 가정이라면 한 권씩 갖춰 두는 베스트셀러 달력이다. 단순한 달력이 아니라 NYT 쿠킹이 공신력을 걸고 고른 '올해의 요리 365선'인 셈이다. 아마존과 반스앤노블 등에서 매년 출시 전부터 예약 판매가 이뤄질 만큼 인기가 높다.
이번 계란밥 레시피의 저자는 NYT 푸드 데스크 소속 요리 작가이자 '코리안 어메리칸(Korean American)'의 저자인 에릭 김(Eric Kim)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NYT 쿠킹에서 한국 가정식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배운 한국 음식의 기억을 글과 레시피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달력에 표기된 조리 시간은 10분(1인분 기준)이다.
계란밥은 한국의 대표적인 냉장고 파먹기 요리다. 버터에 달걀을 프라이한 뒤 간장과 참기름을 두르고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는 음식이다. 에릭 김은 계란밥에 대해 "많은 문화권에 달걀과 밥의 조합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간장과 참기름, 그리고 종종 버터 한 조각을 더해 만드는 것이 계란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노른자를 터뜨리면 버터와 참기름, 간장이 어우러져 밥알 하나하나를 감싸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소스가 완성된다. 여기에 구운 김을 잘게 부숴 얹으면 감칠맛이 배가된다. 재료는 밥, 달걀, 간장, 참기름, 버터, 김이 전부다. 특별한 조리 기술도, 희귀한 식재료도 필요 없다.
에릭 김은 계란밥을 "냉장고에 늘 있는 재료로 만드는 한국인의 간식"이라며, 뉴멕시코 사람들에게 과카몰리와 나초가 그런 존재인 것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삶에 깊이 밴 일상의 음식이라는 의미다.
한국에서 계란밥은 특별한 요리가 아니다. 바쁜 아침, 늦은 밤 출출할 때, 혹은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어머니가 후다닥 만들어 주던 '엄마의 손맛' 그 자체다. 그런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의 달력 한 면을 장식했다는 사실은, 한식의 세계화가 비빔밥이나 불고기 같은 대표 메뉴를 넘어 일상의 가정식 영역까지 뻗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관련 사진이 빠르게 확산하며 누리꾼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계란밥이 NYT 달력에 실리는 시대가 왔다", "엄마가 해주던 그 계란밥이 맞는다" 등의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