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부산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이후 22년 만에 처음 삭발을 감행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먼저 면담을 갖고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공식 요청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정문 앞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범국민부산발전여성협의회 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전기이발기로 박 시장의 머리카락을 밀었다.
박 시장은 평소 삭발·단식 등의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결단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아무리 100% 합리성을 갖는 일이라도 정쟁화하는 벽을 마주하면서 독한 마음으로 부닥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며 "부산 시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연한 마음으로 삭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특별법의 핵심 내용도 직접 설명했다. 물류·금융·신산업·관광·교육 분야에서 규제 완화와 세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 법이 통과되면 부산이 싱가포르·홍콩처럼 국제자유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민 160만 명이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서명에 참여했다.

핵심 쟁점은 형평성이다. 전북특별법과 강원특별법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부산특별법은 소위원회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박 시장은 "같은 지역 발전법인데 전북특별법은 되고 강원특별법은 되고 왜 부산만 안 됩니까. 이것이 부산 차별 아니면 무엇이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그는 법안 처리 지연의 이유로 전 정부 시절 발의됐다는 점을 민주당이 빌미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2년 전에 동일한 절차를 거친 부산발전특별법만 논의에서 제외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은 부산 차별을 멈추고, 160만 부산시민이 서명한 부산발전특별법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촉구했다.
법안의 입법 과정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부산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고, 22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24년 5월 31일 부산 지역 의원 18명 전원이 여야 공동으로 재발의했다. 박 시장은 "이미 국회 공청회까지 진행된 법안이 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쟁 요소도 없고 정부와의 협의도 모두 마쳤다"고 강조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이번 행동의 배경이 됐다. 그는 "이번에 통과시키지 않으면 부산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삭발식 현장에는 정동만 부산시당위원장과 김미애·김대식·정성국 의원 등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앞선 당 지도부 면담에는 송언석 원내대표, 양향자·우재준·김민수·조광한 최고위원, 김대식·박성훈·정동만·조승환 의원이 배석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법안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된 법"이라며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부산시민 160만 명이 서명한 법안이 우습게 보이느냐"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