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수천 세대 규모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뉴시스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총 3003세대 규모의 서울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아파트에는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매물도 1건에 불과했다. 3830세대에 달하는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역시 전세 매물이 2건, 월세 매물도 1건뿐이었다. 단지 규모를 고려하면 사실상 매물이 씨가 마른 것이나 다름없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1만7395건으로 한 달 전(1만9171건)보다 9.3% 줄었다. 노원구가 404건에서 251건으로 37.9% 급감했고, 강북구(-37.3%), 종로구(-34.4%), 중랑구(-32.7%) 등 강북권 외곽 지역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구로구(-31.2%), 금천구(-29.0%)도 감소율이 30% 안팎에 달했다.
배경엔 지난해 '10·15 대책'이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고, 사실상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신규 전세 공급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입주 물량 부족, 계약갱신청구권(2+2년),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전세 물량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
매물 감소는 곧 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1.30%로, 지난해 동일 주차(0.21%)와 비교하면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신고가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114㎡(4층)는 지난 4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3월 같은 면적(2층)이 7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전셋값이 9000만원 뛴 셈이다.
세 부담 증가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었고, 이 비용이 전세금이나 월세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뉴시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