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맛은 최고인데 헐값에 팔린다는 ‘희귀종’ 정체

2026-03-21 17:10

흉한 외모 속 숨겨진 진미, 랍스터보다 강렬한 단맛의 비밀

부산 공동어시장의 깊은 수심에서 1년에 단 한두 번꼴로 모습을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중매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랍스터를 닮은 몸체에 비정상적으로 길게 뻗은 집게발, 그리고 기괴한 색 조합을 가진 이 생물은 전문가들조차 실물로 영접하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존재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jiminTV'를 통해 조명된 이 생물의 정식 명칭은 ‘사슴새우붙이’로 추정되며 바다의 깊은 어둠 속에서 진화해 온 신비로운 생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랍스터를 닮은 긴 팔의 소유자, 사슴새우붙이의 정체

사슴새우붙이는 일본에서 ‘오오코시오리에비’라 불리며, 국내 시장에서는 그 험상궂은 외형 탓에 늑대 새우나 거미 새우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새우보다 랍스터 쪽에 더 가깝게 분류가 됐으며 몸집에 비해 과도하게 긴 집게발은 마치 격투 게임 캐릭터의 늘어나는 팔을 연상케 한다.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주로 한국 남해의 심해와 제주도, 일본의 시즈오카현 일대에서 서식을 하지만 워낙 혼획물로만 드물게 잡히는 탓에 대중적인 인지도는 매우 낮다. 이처럼 희귀한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거의 없어 시장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게 형성이 돼 있으며 주로 중매인들이나 어부들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소비가 돼 왔다.

바삭한 튀김과 담백한 찜, 반전의 요리법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사슴새우붙이의 껍데기는 보기와 달리 소프트 쉘 크랩처럼 얇고 연해 통째로 튀겨 먹기에 적합하다. 고온의 기름에 튀겨내면 껍데기째 바삭하게 씹히며, 입안 가득 고소한 기름맛과 함께 진한 풍미가 퍼진다.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새우.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반면 찜으로 조리를 했을 때는 사슴새우붙이 본연의 맛이 더욱 극대화된다. 익으면서 붉게 변하는 다른 갑각류와 달리, 알이나 내장의 상태에 따라 독특한 색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비록 생김새는 곤충이나 벌레를 연상케 해 거부감을 줄 수 있으나, 그 속에는 심해의 영양분을 응축한 반전의 맛이 숨겨져 있다.

홍게 장을 닮은 내장과 응축된 단맛의 속살

가장 큰 매력은 몸통 안에 가득 찬 내장과 부드러운 속살이다. 사슴새우붙이의 살은 일반적인 새우의 탄력 있는 식감과는 달리,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점토질의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단맛은 실제 랍스터보다 훨씬 강렬하며, 응축된 감칠맛을 선사한다.

특히 가슴팍에 담긴 내장은 짜지 않은 신선한 홍게 장과 매우 흡사한 맛을 내는데, 크리미하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긴 집게다리 마디마디에 숨겨진 작은 살점들까지 발라 먹다 보면, 하찮아 보이던 생김새가 어느덧 소중한 별미로 느껴지게 된다. 비록 수율이 높지는 않으나, 새우와 게의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 특별한 생물은 바다가 선사하는 숨겨진 보물과도 같다.

유튜브, 입질의추억TV jiminTV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