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재] 사망자 9명 한꺼번에 발견된 곳, 건물 도면엔 있지도 않은 장소였다

2026-03-21 16:05

도면에 없는 불법 복층이 참사 키웠나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에서 사망자가 집중 발견된 헬스장이 건축 도면에도 없는 임의 복층 공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이 공간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키운 직접적 요인이 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1일 연합뉴스 등 보도를 종합하면, 사망자 9명이 발견된 헬스장은 당초 건물 3층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도면에 존재하지 않는 2층의 복층 공간이었다. 공장 건물은 기계 설치 등의 이유로 층고가 5.5m에 달할 만큼 상당히 높다. 이로 인해 지상에서 3층 주차장으로 오르는 경사로와 3층 사이에 상당한 높이의 자투리 공간이 생겼고, 이 공간을 막아 복층처럼 임의로 조성해 사용했다는 것이 대덕구의 설명이다. 2층 휴게공간의 복층에 운동기구 등을 비치하면서 외부에는 3층 헬스장으로 잘못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박경하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이 공간은 도면상에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라며 "창 부분에 별도로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는 구조였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증축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진입해 확인한 것이 아니어서 현시점에서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이 공간은 직원 탈의실로 활용됐으며, 평소 휴게 시간에 직원들이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직원은 연합뉴스에 "탈의실 안에는 20∼30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며 "내부가 넓어 아령 등 운동기구도 갖춰져 있었지만 헬스장이라기보다는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쪽잠을 자는 용도로 쓰였다"고 전했다.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21일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이러한 공간 구조가 참사의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원래 2층 공간을 두 층으로 나눠 쓰다 보니 창문이 한쪽에만 있었고 정면에는 창문이 없었다. 점심 휴식 중이던 직원들이 화재 사실을 인지하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급격한 연소 확대 속에 탈출구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창문이 한 방향에만 있어 연기 배출도 원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전면 유리창이 막혀 있어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인명 피해가 컸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창문이 열려 있었다면 연기가 더 잘 빠졌을 텐데,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복층 공간의 존재는 지방자치단체나 소방 당국 모두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공업은 1996년 1월 준공된 이후 2010년, 2011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증축을 거듭해 현재의 연면적 1만9천730㎡ 규모를 갖추게 됐다. 잇단 증축 과정에서 무허가 복층 공간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소방당국은 불이 1층에서 처음 시작돼 2층과 3층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서장은 "최초 발화 지점은 1층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정확한 발화 지점을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는 전날 오후 1시 17분쯤 발생했다. 당시 공장 내부에는 17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으며, 화재 발생 36분 만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공장 내 보관된 나트륨 200㎏이 물과 반응 시 폭발할 우려가 있어 초기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철골 구조물의 열변형으로 인한 붕괴 우려로 구조대 투입은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불은 발생 10시간 반 만인 밤 11시 48분에 완전히 꺼졌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1명이다. 실종자 3명에 대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부상자는 진압 과정에서 다친 소방관 2명을 포함해 총 59명이다. 소방 당국은 현재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를 철거하면서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