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레슬링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19세 이란 청년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이란 당국이 19일(현지시각) 반정부 시위를 벌여 체포된 남성 3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처형된 이들의 이름은 메흐디 가세미, 살레 모함마디, 사에드 다부디다. 이번 처형은 올해 초 발생한 시위와 관련한 첫 번째 사형 집행이다.
이란 사법부 산하 미잔 통신은 "이번 1월 시위 유죄 판결을 받은 3명이 살인죄와 시온주의 정권 및 미국에 유리한 행위를 한 혐의로 이날 오전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발표했다. 이들에게는 살인죄와 함께 이슬람 율법상 최고 범죄인 '모하레베', 즉 신에 대한 전쟁 혐의가 적용됐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혐의도 인정됐다. 
처형된 3명 가운데 19세인 살레 모함마디의 죽음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모함마디는 2024년 9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린 사이티예프 국제 레슬링 대회에서 자유형 동메달을 딴 국가대표급 선수였다. 그는 체포 3개월 전 부상 회복 후 훈련에 복귀하며 인스타그램에 "우리가 스스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버텨냈다"란 내용의 마지막 게시글을 올렸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재판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들이 의미 있는 재판과는 전혀 닮지 않은 속전속결 절차를 통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모함마디 측 관계자들은 CCTV 영상이 그를 특정하지 못했음에도 알리바이 증인의 증언이 배제됐다고 주장했으며, 모함마디 본인도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자백이 고문으로 강요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세 사람은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을 근거로 한 불공정한 재판 끝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이란 독립 국제 사실조사단(FFM)은 이번 주 1월 시위 관련 구금자 다수가 국제법상 적법 절차와 공정한 재판권, 생명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사형 집행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으며, 앰네스티는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해 30명이 사형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처형은 전날 이란계 스웨덴인 쿠루시 케이바니가 이스라엘 스파이 혐의로 처형된 데 이은 것이다. 케이바니의 처형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이란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첫 번째 처형이었다.
모함마디의 죽음은 이란 스포츠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란 내 선수와 코치, 심판 중 1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인물이 최소 65명에 이르며, 현재도 축구 선수, 수구 골키퍼, 마라톤 선수, 킥복싱 챔피언 등 다수의 운동선수가 시위 연루 혐의로 구금된 상태다.
이란 문제 전문가 알리레자 나데르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이란 정권에 대한 보이콧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0명이 넘는 선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다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2018년 이란 시위 당시 보안요원 살해 혐의로 기소돼 2020년 처형된 레슬링 선수 나비드 아프카리의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당시 아프카리의 처형은 이란 당국이 시위 이후 사형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세계에 알린 상징적 사건이 됐다.
IHR은 "이번 처형은 사회에 공포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슬람 공화국은 이란 국민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체제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IHR은 시위 관련 혐의를 받는 수백 명이 추가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이란에서는 2000명 이상이 처형돼 1980년대 이후 최다 기록을 세운 것으로 집계됐다. 인권단체들은 이란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나라로 규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란 정권이 젊은 세대를 학살하고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며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