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5억 원. 통상 한국 상업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판에서 이 숫자는 사실상 '초저예산'에 해당한다. 그 영화가 넷플릭스 국내 1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신명'이 공개 다음 날인 20일 '오늘 대한민국 톱 10 영화' 1위 자리에 올랐다. 극장 개봉에 이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신명'은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 산하 열공영화제작소가 제작·배급한 작품이다. 탐사보도 기자 정현수 PD(안내상)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검사 출신 정치인 김석일(주성환)과 그의 아내 윤지희(김규리)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 최초의 오컬트 정치 스릴러를 표방하며,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윤지희와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의 제작 속도는 상업영화 기준으로 이례적이다.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기획에 착수해 불과 5개월여 만에 제작부터 극장 상영까지 완료했다. 개봉일은 2025년 6월 2일로, 대통령 선거 바로 전날에 맞춰 설정됐다.
자금 조달 방식도 일반적인 영화와 달랐다. 총 제작비 15억 원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했는데, 약 4200여 명이 참여해 목표액을 넘긴 19억 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비 전액을 일반 대중의 자발적 후원으로 마련한 셈이다.

개봉 10일 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흥행 성적은 제작비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손익분기점으로 제시된 누적 관객 30만 명을 개봉 10일 만에 돌파했고, 누적 관객 수는 78만 명까지 올라섰다. IPTV·케이블 VOD 등 온라인 상영관 박스오피스에서는 2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이어 넷플릭스 공개와 함께 스트리밍 부문 국내 1위까지 추가했다.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는 시국 정서가 꼽힌다. 김건희 여사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진 극 중 인물 윤지희를 연기한 배우 김규리의 높은 싱크로율이 개봉 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정점에 달한 시기에 맞춰 개봉한 것이 관객 유입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우들이 정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해 홍보 활동을 펼친 것도 특정 층의 결집에 기여했다.

흥행과 함께 따라온 논란
흥행 수치와 별개로 작품을 둘러싼 비판도 거세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지점은 실존 참사의 활용 방식이다. 이태원 참사를 연상시키는 사건을 영화 속에서 오컬트 주술의 결과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극 중 윤지희가 성행위와 무속신앙으로 남성들을 조종하는 악녀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적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특정 성별에 대한 편향된 묘사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시대적 분노를 영화적 형식으로 담아낸 시도 자체를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정치적 메시지에 치우쳐 영화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신명'은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정치 환경 속에서 탄생한 영화다. 저예산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초단기 제작 일정으로 극장에 걸린 뒤 넷플릭스 1위까지 오른 흥행 경로 자체는 수치로 입증됐다. 그러나 실존 참사의 표현 방식과 여성 캐릭터 묘사를 둘러싼 논쟁은 관객 수와 무관하게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