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30대 아빠·7살·5살·3살·5개월 네 자녀 사망…이미 위험신호 있었다

2026-03-19 12:12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버지, 자녀 4명과 숨진 채 발견

울산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30대 아버지와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건 전부터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감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 / 뉴스1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 / 뉴스1

19일 울산 울주경찰서와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48분쯤 울주군 온산읍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A(33)씨와 그의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자녀들은 7살 첫째부터 5살, 3살 등 두 살 터울로, 막내는 생후 5개월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나온 유서와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사인을 근거로, A씨가 혼자 아이 넷을 키우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에는 '아이들을 홀로 키우기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홀로 4남매를 양육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6일 낮 A씨를 봤다는 목격자 진술과 검안 소견 등을 종합해, 이들이 16일 저녁 무렵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식탁에는 마지막 식사로 추정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봉투가 남아 있었다.

이번 사건은 사전에 여러 차례 위기 징후가 포착됐다는 점에서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1월 7일에는 A씨 첫째 딸 B(7)양의 담임교사가 "아이가 입학식에 나타나지 않고 보호자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이 주거지를 확인했으나 학대 정황은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 연락이 안 됐던 이유는 학교 측의 연락처 입력 오류로 결론이 났다. 울산시교육청은 1월 입학식 임시소집에는 B양과 A씨가 실제로 참석했다고 확인했다.

두 번째 신고는 3월 6일에 접수됐다. B양의 담임교사가 3월 입학 이후 B양이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자 3차례 가정방문을 시도했으나 끝내 A씨와 B양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3월 입학 이후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 지난 6일 3차례의 가정방문을 진행했다"며 "이때 A씨와 B양을 만나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울주군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을 함께 점검했지만, 아이들 몸에서 외상 등 학대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A씨가 양육 부담과 생활고를 호소하자 경찰은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자체에 연계했다. 이후 지난주에는 B양이 정상적으로 등교한 것으로 교육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일, 담임교사가 사흘째 결석한 B양의 집을 다시 찾았을 때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교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안에서 숨져있는 일가족 5명을 발견했다.

경제적 위기 신호도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김시욱 울주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울주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3개월간 매달 긴급생계지원 218만원과 주거지원 5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원은 이후 식료품·생활용품 제공 수준으로 줄었다. 울주군은 올해 2월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A씨에게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